‘드라마전쟁’ 지는 지상파 뜨는 종편·케이블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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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8   |  발행일 2017-09-18 제25면   |  수정 2017-09-18



몰락하는 지상파
시청률 1.4%-맨홀·4%-학교2017 등 개연성 없는 이야기로 외면


20170918
KBS ‘학교2017’
20170918
KBS ‘맨홀’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10%를 넘으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과거 시청률 65.8%의 ‘첫사랑’(1997), 64.5%의 ‘모래시계’(1992), 63.7%의 ‘허준’(2000) 등은 이제 언감생심 꿈꿀 수조차 어렵게 됐지만, 30%는 넘어야 인기작이라 평가받았던 최근 몇년 전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다매체 시대를 맞아 채널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도전과 변화에 소극적인 지상파 드라마의 방향성과 정책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최근 트렌드에 맞게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와 장르로 젊은 시청층을 공략한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의 차별화된 시도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덕분에 드라마 시장의 마이너에서 일약 메이저로 부상했고, 시청률 역시 역전되는 양상이다.

KBS 2TV 수목극 ‘맨홀’은 최근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보여준다. 아이돌 스타 출신 김재중과 유이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았지만 첫 시청률은 3.1%(닐슨코리아)에 그쳤고, 이후에도 2.0%까지 계속 시청률이 떨어졌다. 심지어 지난달 31일 방송에선 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방송된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KBS는 체면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맨홀’은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와 소재의 익숙함을 새롭게 변주하기보단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고, 시종 엉성한 스토리와 진부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인지도나 전작의 흥행만 믿고 안이하게 접근한 탓이다. 지난 5일 종영한 월화 미니시리즈 ‘학교2017’도 마찬가지다. 현실을 벗어난 개연성없는 이야기로 실망감을 안겼던 이 드라마는 부진했던 초반의 시청률을 만회하지 못한 채 내내 4%대에 머물렀다. 시청률 16%를 기록했던 ‘학교 2013’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MBC와 SBS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임시완과 윤아가 주연을, 스타 작가 송지나가 각본을 맡은 MBC 월화극 ‘왕은 사랑한다’도 5~7%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진구·이연희 주연의 SBS ‘다시 만난 세계’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MBC는 수목극 ‘병원선’이, SBS는 지난 12일 종영한 ‘조작’이 10%를 넘어서며 체면을 살렸다.

일일극과 주말극은 그래도 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주말극 KBS 2TV ‘황금빛 내인생’은 4회 만에 시청률 28.4%를 돌파했다. 일일극 ‘이름없는 여자’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역시 각각 23.8%, 20.9%를 기록했다. SBS는 일일극 ‘달콤한 원수’가, MBC는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 일일극 ‘돌아온 복단지’가 시청률 10%를 넘어서며 고군분투 중이다.



승승장구 케이블·종편
시청률 20% 도깨비 등 다양한 장르 드라마 시청자 눈길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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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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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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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구해줘’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지상파와 달리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는 약진 중이다. tvN은 올 초 ‘도깨비’로 케이블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한때 1%만 넘으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결과다.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는 이제 지상파도 힘겨워하는 시청률 10%의 드라마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tvN ‘시그널’이 시청률 12.5%로 유종의 미를 거뒀는가 하면, ‘비밀의 숲’ 역시 시청층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음에도 6.6%로 선전하며 종영했다.

tvN의 바통은 JTBC가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품위 있는 그녀’가 12.1%, 앞서 ‘힘쎈여자 도봉순’이 시청률 9.7%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했다. JTBC는 그 여세를 몰아 오는 12월 밤 11시에 부활되는 월화극을 신호탄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JTBC는 과거 ‘무자식 상팔자’(2012), ‘아내의 자격’(2012) 등으로 드라마 시장에서 나름 입지를 다졌지만 2014년 방송된 ‘유나의 거리’를 끝으로 월화극을 폐지한 바 있다. 부활되는 첫 월화극으로는 2PM의 이준호와 신예 원진아가 주연을 맡은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방송된다.

OCN의 행보도 주목할만 하다. 판타지와 범죄 스릴러를 결합한 ‘터널’(6.5%)과 ‘듀얼’(2.2%)이 호평을 받았고, 사이비 종교스릴러 ‘구해줘’도 시청률 3% 내외로 선전 중이다. 특히 기존 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참신한 소재와 과감한 시도가 눈길을 끄는데, OCN은 “한국형 장르 드라마로 입지를 굳혀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 상승은 결과적으로 지상파 드라마의 프리미엄 하락을 가져왔다. 스타급 배우들도 이제 종편과 케이블 출연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 덕분에 좋은 기획안과 대본은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로 먼저 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칸의 여왕’ 전도연이 tvN ‘굿와이프’(2016)로 얼굴을 내비쳤고, 톱스타 이병헌도 내년 tvN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타깃층이 분명한 일일극이나 주말극에선 지상파가 여전히 우세지만, 지상파가 과거 제작 방식에 안주하고 있는 동안 종편과 케이블은 자유로운 소재 선택과 과감한 시도로 경쟁력을 쌓아 나가고 있다”며 “지상파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다채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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