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중 관계의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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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8   |  발행일 2017-09-18 제30면   |  수정 2017-09-18
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중국 사드배치 보복으로
우리경제에 엄청난 타격
WTO에 中 제소 않는 건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
양국관계 원점 검토 필요
[아침을 열며] 한·중 관계의 새 출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 시달리던 롯데마트가 결국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보복을 부인하면서 민간의 ‘애국적 소비 행위’의 결과라며 정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거대 국가가 일개 기업을 상대로 비이성적 압박을 가해 무릎을 꿇린 이번 사태는 외교안보 문제를 경제적으로 무기화하는 힘 자랑일 따름이다.

이번 사태는 향후 한·중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핵의 위협과 미·중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의 정책이 자신들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유사 카드로 한국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의 우리 기업들은 자국 중심적 논리에 빠져있는 중국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예측할 길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중 관계는 북한 요인으로 인해 경제 교류가 양국 관계를 주도하였고 다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결국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군사안보 요인이 문제를 일으키자 중국은 엉뚱하게도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반적으로 보면 군사적 문제는 군사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사드 자체는 북한의 도발이 없다면 근본적으로 불필요한 무기다. 중국을 들여다본다는 엑스밴드(X-band)레이더가 문제가 된다면 레이더 교란 장치 등을 설치해 대응 조치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세계 제2위의 경제력과 거대 시장을 무기로 정치적 승리를 얻으려는 방법을 택했다. 일본, 노르웨이, 필리핀, 몽골, 대만 등에도 비경제적 사안으로 촉발된 갈등을 정치적 압박으로 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이미 다자간 문제로 한국을 압박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북핵 문제를 책임지라는 미국과 국제 사회의 요구는 분명히 중국에도 과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용적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일정한 책임이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북핵으로 인한 갈등을 한·중 양국이 떠맡는 구조다. 한·중 관계 경색으로 우리 경제계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사드 보복 피해액은 연간 8조5천억원에서 최대 2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0여년, 중국에 공을 들인 롯데가 엄청난 손해를 입었고, 북경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합작 법인의 중국 판매량도 반 토막이 났다. 여행 관련 산업 역시 결정적 타격을 입고 있다. 심각한 것은 장기화되는 갈등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정부는 자기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양국 국민은 상대방을 야속해하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사드는 결국 배치되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향후의 양국 관계 방향 설정이다. 북핵과 사드에 관련된 정치안보적인 부문에서는 한-미-중의 허심탄회한 다자적 논의가 필요하다. 경제적 차원에서는 사드 풍파를 이용하는 중국의 의중을 읽어야 한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분명히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 대우(MFN) 규정 위반이다. 제소와 관계없이 세계적인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는 중국에 국제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임에도 정부는 안타깝게도 북핵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고려해 WTO에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과 다름없다. 한국 단체여행 금지, 유통, 화장품 그리고 비관세 장벽을 통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자신들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이나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 대해서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철저히 자국 손해가 최소화되는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쟁력이 없는 업종은 언제든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한·중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중국을 원망할 일이 아니라 양국 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용기와 전략,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한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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