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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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9 07:38  |  수정 2017-09-19 07:38  |  발행일 2017-09-19 제25면
[문화산책] 공범자들
정수경<성서공동체 FM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관객 25만명을 기록하며 연일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공범자들’은 지난 15일부터 IPTV와 디지털케이블TV, VOD 등에서 동시 상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모바일과 인터넷, 웹하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업계의 일이기도 해서 일종의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나는 개봉하는 날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몹시 불편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러했고, 동종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러했다.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채널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는 장면을 보는 것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불편했고, 공영방송이 그 기능을 중단했을 때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는 동종업계의 한 사람으로 그 현장을 영화를 통해 보고 있다는 것도 매우 불편했다. 내가 그 채널을 외면했던 그 시간 동안 수많은 방송인이 겪었을 가혹한 수모가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져 마음이 아렸다.

방송하는 사람들은 지독한 자부심과 열정으로 엄청난 노동 강도를 기꺼이 감내하는 사람들이다. 권력의 감시견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저널리즘의 정신을 곧추세우고 있으며, 그들이 제작한 뉴스나 프로그램 한 편 한 편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 공감을 얻어 사회의 순기능으로 작동될 때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그 맛에, 그 희열에 방송을 하는 것이다. 방송하는 사람들을 이런 희열을 일종의 중독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빼앗고, 카메라를 내려놓게 했고, 기사를 검열했으며, 방송과 상관없는 자리로 유배를 보냈고, 직장에서도 내보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그 방송을 외면했고, 그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시청자들과 국민에게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모멸감을 겪어야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들이 겪었을 모멸감이 생생하게 전해져 울컥했다.

전파는 국민의 재산이다. 단지 특정 방송국이 전파를 위탁해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말이지만 주권자로서 내가 언론을 감시하지 않으면 이 뻔한 말이 아무 쓸모 없게 되고, 결국 내 재산과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재미 없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그 방송국의 채널을 버리고, 다른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 동안 나는 내 재산과 권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나도 공범자가 아닐까 하는 자책감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도 한동안 일어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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