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구미시의 님비현상 해결 노하우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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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9   |  발행일 2017-09-19 제30면   |  수정 2017-09-19
대구취수원 옮기는 문제
당사자만으로는 하세월
돈줄 쥔 해결사가 있어야
조정과 중재가 가능하다
李총리가 나선 건 고무적
[화요진단] 구미시의 님비현상 해결 노하우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님비 현상’이란 주민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혐오시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현상이다. ‘핌피 현상’은 연고가 있는 자기 지역에 수익성 있는 사업을 유치하려는 것으로, 님비의 반대개념이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으로선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번 당선은 기약이 없을 만큼 파괴력은 엄청나다.

민선6기 4년을 맞은 구미시의 경우 지난 11년간 주민들과의 마찰을 극복하고 혐오시설을 단기간에 설치했다. 구미시는 3대 혐오시설 즉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 시립화장장 건립이 절실했다. 10여 년 전 구포쓰레기매립장 매립 종료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당시 구미시로선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 건립이 절실했다. 화장시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구 43만명인 구미시의 경우 매년 화장률이 증가하고 있으나 지역 내 화장시설이 없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시설들은 해당 주민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그것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구미시는 입지 선정 절차를 공개모집을 통해 ‘주민 결사 반대’를 ‘주민 직접 유치’로 바꿨다. 80% 이상의 동의를 얻은 지역에 한해 공개모집 신청을 받은 뒤 선정된 마을에는 주민숙원 및 편익사업과 주민지원기금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으로 환경자원화시설 공개모집 당시 3개 지역이 주민 8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신청했으며, 구미시추모공원도 대상지역 두 곳의 주민 동의율은 90%를 훌쩍 넘었다.

특히 화장시설인 ‘구미시추모공원’의 경우 앞선 환경자원화시설 추진과정을 거울로 삼았다. 공개모집에 앞서 12회에 걸친 주민설명회와 선진 장사시설 견학을 통해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데 힘을 모았다. 입지 선정 과정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페어플레이 협약’도 맺었다. 어느 마을이 되든 간에 결과를 받아들이고 화합하자는 약속이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공개모집에서 개원까지 4년 만에 마무리됐다. 세 가지 숙원을 해결한 원동력은 바로 지자체장이 피부로 느끼는 절박함이 아닐까. 남유진 시장은 이해당사자를 끊임없이 만나서 설득하고 결국 양해를 이끌어냈다. 구미시 차원에서 가능한 최대한 보상책도 확약하고 실천함으로써 가능했다.

구미시의 성공적인 해결 방안을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입해보자. 이해당사자는 바로 구미시와 대구시다. 대구취수원 이전 예정지 내 주민의 재산권 행사 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구미시가 반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속담에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듯이 목마른 측은 대구시다. 대구취수원 예정지 땅임자인 구미시로선 답답할 게 없다. 전임 대구시장들은 취수원 문제를 다루면서 “아니면 그만”이라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권영진 시장이 취임하면서 구미취수원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하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재정이 열악한 대구시로선 구미시에 마땅히 제공할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혐오시설을 말끔하게 해결한 구미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를 이해당사자에만 맡겨서는 보다시피 하세월(何歲月)이다. 돈줄을 쥔 해결사가 있어야만 조정과 중재가 가능하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곳은 바로 정부다. 9년여 동안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았지만 오히려 태무심(殆無心)했다. 야당 소속이었던 홍의락 국회의원이 이 문제에 천착(穿鑿)해온 게 아이러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구취수원 이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남도지사 시절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해온 바 있으며, 지역 현안을 해결했던 풍부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추석을 전후해서 대구취수원 이전 관련 이해당사자 모임을 주선하겠다고 하니 낭보(郎報)가 아닐 수 없다. 남 시장도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부 지원만 있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 총리와 남 시장의 수완(手腕)에 기대를 건다. 대구·경북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많이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지역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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