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에 환자 뺏기는 대구·경북 대학병원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9-19   |  발행일 2017-09-19 제31면   |  수정 2017-09-19

대구·경북지역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에 몰리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상존해왔지만 지난해 말 대구에서 서울까지 기존 KTX보다 한 시간가량 단축된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 이후 더욱 심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계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수도권 5대 대형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의 건강보험 급여비는 1조4천51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2천936억원보다 1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까지 시간 단축으로 대구·경북 등 지방 환자들이 그만큼 수도권 대형병원을 더 많이 찾았다는 증거다. 실제로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수서역에서 병원까지 15~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이용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환자를 뺏기고 있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고가 정밀장비와 전문 의료진이 확보돼 있는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방 대학병원 간의 격차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의료장비와 전문인력 격차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지방 대학병원들은 서비스 미흡이나 협진 시스템 부족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굳이 전문가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대구·경북의 대학병원을 이용해본 시·도민들은 수도권 대형병원과의 너무 큰 수준차와 서비스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알다시피 수도권 대형병원의 환자 우선 서비스와 협진 시스템은 지방 대학병원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앞서 있다. 여러 진료과를 거쳐야 할 경우, 지방 환자는 협력병원이나 해당과의 비는 시간에 환자를 보내 시간을 단축해 준다. 환자 위주로 협진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기에 가능하다. 반면 대구·경북지역의 대학병원들은 협진은커녕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대학병원들은 개인병원과는 달리 감시·감독할 상부 기관조차 없어 방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점을 인지한 몇몇 강단있는 병원장이 병원 개선을 시도한 경우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 노조 등에 휘둘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환자들을 수도권 대형병원에 뺏기면서도 위기 의식이나 개선 의지도 없다니 지역 대학병원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지역 대학병원 구성원들은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지 않으면 3차 진료기관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지역민들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