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전례없는 엄청난 표현…백악관 해명해야”…가디언 “트럼프·김정은 다른 장난감으로 놀기를”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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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3면   |  수정 2017-09-21
■ ‘북 완전 파괴’ 발언 비난받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현지시각) 취임 후 첫 유엔 데뷔 연설 화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었다. 해결해야 할 1순위로 꼽은 데다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자신이 앞세워 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본 원칙으로 깔았다.

무엇보다 대북(對北) 발언의 강도가 셌다. 트럼프 특유의 강한 언어 구사는 일상이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유엔이란 외교적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는 지나친 어조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화염과 분노’ ‘심판의 날’ 등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대북 강경화법 중 최고 수위다.

트럼프는 또 “북한 정권은 자국민 수백만 명의 아사와 감금,고문,살해와 탄압에 책임이 있다"고 김정은 정권을 ‘인권 침해국’으로 지목했다. 나아가 “우리는 그 정권이 무고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학대한 나머지 귀국한 지 며칠 만에 죽는 것을 목격했으며,독재자의 형(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금지된 신경가스로 국제공항에서 암살되는 것을 보았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로켓맨(김정은 위원장)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가미카제식 자살행위’로 규정했다. 로켓맨은 트럼프가 직접 붙여준 김정은의 별명이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의 핵심은 사실상 군사옵션과 맞닿아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일제히 군사옵션을 거론하는 상황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전날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면서 “우리와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해서 취할 수 있는 많은 군사옵션이 있다"고 답변한 것도 군사 조치에 대한 미 당국의 상당한 준비 상황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지도 뒀다. “미국은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군사옵션은 여전히 최종 수단으로 남겨두면서 김정은 정권이 화를 자초하지 않을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동시에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제사회 공조 강화→고강도 대북 압박→북한 핵포기’의 수순을 밟아가되,여의치 않을 경우 군사옵션 카드를 장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 경고에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대통령이 2천500만 인구의 한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겠다고 위협했다. 몹시 중대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핵무기든 재래식 수단이든 간에 북한 전체를 쓸어버리겠다는 전례 없는 위협은 엄청난 표현으로 백악관이 해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인류를 여러 번 전멸시키기에 충분한 핵무기를 통제한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그의 화려한 언어는 심지어 웃기기까지 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핵미사일 말고 다른 장난감을 갖고 놀기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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