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공립 박물관장 대부분 非전공자…“인력도 수장고도 부족”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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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6면   |  수정 2017-09-21
이젠 문화재 자치시대 <하>
20170921
공립박물관은 지역으로 반환되는 문화재를 수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공립박물관의 보존관리 능력은 문화재 반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경북의 한 공립박물관 전시실 내부. <한국관광공사 제공>

문화재의 귀향은 반갑지만 동시에 우려도 된다. 지역이 문화재를 받아들일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존 자리에 놔두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재의 귀환을 둘러싼 의견은 중앙과 지방 간 ‘지역보존관리여건’을 두고 이따금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요지는 각 지역의 문화재 보존·관리 및 전시 활용 능력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가에 달렸다. 지역이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대구·경북지역의 문화재 반환 요구 목소리는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대구·경북은 문화재를 되가져올 준비가 돼 있을까.

포항·문경·경산 등 박물관
전문성 부족한 공무원이 관리

“이해없는 사람 수장이 되고
학예사들 그 밑에 종속되면
박물관 기능 위축될 수밖에”

보존도 위탁용역 맡기는 실정
환수 타당성 토대 마련 악영향

 

◆공립박물관 관장 선임 방식

공립박물관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문화재 및 유물 등을 보관·전시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타지에 있는 문화재 등을 지역으로 되가져온다고 가정했을 때 1차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관이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공립박물관은 모두 43곳(대구6·경북37)이다. 이 중 지정문화재를 한 점 이상 보유하고 있는 곳은 대구는 없고 경북은 15곳 등이다.

영남일보는 경북지역 15개 공립박물관을 중심으로 관장 선임 방식을 살펴봤다. 박물관 관장의 문화재 및 전시에 대한 지식과 이해, 경험 유무에 따라 문화재 및 유물의 보존과 관리, 전시 활용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 15개 공립박물관 중 상주박물관, 안동민속박물관 등 일부는 관련 학위 소지자나 학예연구 경력자를 관장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설은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 담당 부서 공무원에게 관장직을 맡기거나 실질적인 관리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특히 이 경우 임명자가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되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과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 규명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 포항시 흥해읍에 설립된 영일민속박물관에는 관장이 없다. 다만 흥해읍 출신의 퇴직공무원이 명예관장으로 임명돼 있다. 말 그대로 ‘명예’ 관장이기 때문에 박물관에 상주할 의무가 없으며 여건에 따라 출퇴근도 제각각이다.

청송민속박물관은 청송군수가 관장직을 맡고 있다. 사실상 이름만 올리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관리는 순환 배치되는 시설관리사업소 직원들이 맡는다. 영주 소수박물관도 시 산하 소수서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관리한다.

문경 옛길박물관과 경산시립박물관의 경우 일반행정직 공무원이 순환보직 개념으로 관장을 맡고 있었다. 일반행정직 공무원 외 학예연구직 공무원이 관장을 맡을 수도 있지만 두 박물관 모두 마땅한 경력의 학예연구직 공무원이 없어 현재 일반행정직 공무원이 관장을 맡고 있다. 의성 조문국박물관은 일반행정직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관장직에 배치한다.

내부 인사 형식으로 관장을 선발하고 있는 경산시립박물관의 경우 2009년 한 차례 개방형전문직으로 관장을 선발한 전례도 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퇴직공무원 중 시립박물관 설립 준비에 관여했던 한 인물이 관장으로 1년간 재직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관장을 개방형전문직이 아닌 내부 순환 인사 형식으로 바꿨다.

경산시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 박물관 개관 초기였기 때문에 박물관 준비에 가담했던 퇴직공무원을 전문직으로 뽑았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관장을 개방형으로 뽑을 경우 내부승진자가 갈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 등이 변화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역의 박물관장 선임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경북과학대학 이영진 교수(문화재관리과)는 “관장은 최소한 관련 전공자나 학예사 자격증 소지자, 혹은 관련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이 돼야 된다”며 “공립박물관은 지자체가 만들기 때문에 지자체 편의에 따라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수장이 되고 일선에서 일하는 학예사들이 그 밑에 종속돼 있으면 결국 박물관의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문화재 전문가는 “이는 결국 지역 박물관이 문화재를 되가져왔을 때 관리할 능력이 되냐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며 “전공자들이 관장으로 있는 박물관은 다른 박물관에 비해 관람객 수가 훨씬 많다. 그만큼 문화재나 유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대진 경북도의원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직에 대해 전문직 공무원이 관리자가 되도록 한정해야 하는데 일반행정직 공무원도 갈 수 있도록 복수직렬로 해 놓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 주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인력 부족·수장고 규모 문제도

일부 지역 공립박물관은 학예연구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언급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영주 소수박물관의 경우 학예사가 한 명밖에 없다. 시가 능력이 된다면 타 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며 “지자체가 관리할 여력이 안 되는데 무작정 (문화재를) 가져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소수박물관에는 3만800여 점의 소장품이 보관돼 있다.

유물의 본모습이 그대로 보존되도록 유지·관리하는 보존처리 전문인력도 일부 국립박물관에만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는 문화재 복구, 보존 작업 등을 위해 인근 대학 등에 위탁용역을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또 지역 공립박물관의 수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문화재를 추가 보관하기가 힘든 현실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한 공립박물관 수장고 담당자는 “지자체가 짓다보니 기본적으로 수장고 규모가 작다. 게다가 출토 유물이 국가에 바로 귀속되다가 지역박물관으로 오기 시작하면서 수장고가 빠르게 차기 시작한다. 유물을 발굴하거나 돌려받는다고 해도 보관할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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