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노조, 비자금 의혹 朴행장 사퇴 촉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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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12면   |  수정 2017-09-22
전국대의원대회 결의안 채택
‘기소 전까지 사퇴’ 못 박아
“수용 않으면 전직원 퇴진운동”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사퇴를 둘러싼 대구은행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이 박 행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다 사퇴시기까지 못 박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1일 대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제2본점 대강당에서 임시 전국대의원 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비자금 사태와 관련해 설명한 뒤 박 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시점은 박 행장의 기소가 결정되는 시점으로 못 박고, 만약 이때까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대신 은행장이 무혐의 등으로 불기소되면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가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노조가 사퇴시기까지 못 박으면서,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박 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조만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 행장에 대해 출국금지까지 해놓은 상황이라 검찰 기소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구속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박 행장이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속된다 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와야 면직되는 만큼,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은행장 직은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탓에 일부에서는 박 행장이 12월에 있는 정기인사에서 친정체제를 구축한 뒤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의혹만으로 물러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은행에도 불명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왜 버티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지금은 그냥 혼란스럽다”면서 “다만 재판결과가 확인될 때까지는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노조가 이렇게까지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책임을 실무진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더 이상 조직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수장으로 모셨던 분이 더 이상 조직원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의원 대회는 대구상고 출신의 한 대구은행 퇴직자가 “박 행장의 퇴진을 요구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워 30분간 지연됐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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