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쓰리랑 부부 김미화의 변화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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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22면   |  수정 2017-09-22
[미디어 핫 토픽] 쓰리랑 부부 김미화의 변화
‘쓰리랑 부부’ 출연 때(왼쪽)와 지난 19일 검찰 출석 때의 김미화씨.

사진을 통해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눈빛은 달랐다. 1988~90년 개그 코너인 ‘쓰리랑 부부’에 짙은 일자 눈썹을 붙인 채 출연해 “음메, 기죽어! 음메, 기살아!”로 국민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그녀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지난 19일 검찰에 출석해 취재진으로 둘러싸인 채 또박또박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도사진 속에 담겨있었다. 익살스럽고 장난 기 가득했던 개그우먼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분노를 애써 감추며 차분한 표정을 지으려는 그녀의 눈빛엔 단호한 결의가 가득 차 보였다.

이명박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알려진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청와대에서 하달하면 국정원이 실행했고, 방송국 간부들이 충실하게 이행하면 국정원에서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진술 또는 서류가 나왔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끄러움 없이 백주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이 어이상실”이라고 성토했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정원은 2010년 그녀를 포용할 수 없는 대상으로 분류, 퇴출 1순위로 지목했다. 실제 그녀는 다음 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당시의 고통을 떠올렸다. 또 “제가 좌파나 빨갱이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그런 분들의 손을 잡고 위로해 드렸던 것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네티즌의 반응은 갈렸다. “김미화씨가 검찰청 앞에서 인터뷰하는데 정말 분노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나요. 범죄자들을 꼭 단죄합시다”라며 응원하는 댓글과 함께 “연예인들도 정치적 언행과 행동은 책임져야 합니다. 인터뷰까지 하면서 국민을 선동했던 광우병사태, 그냥 대충 넘어가지 마세요. 당신도 피해를 입었다면 그 당시 잘못된 당신들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들도 많아요”라는 글도 있었다.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을 내걸고 출범했다. 그동안 적폐 청산 작업은 표적수사라는 논란도 늘 뒤따랐다. 이번에는 그런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느 쪽 시각에서 바라보든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비록 시간이 걸리고 후유증이 크다 하더라도 진실의 잣대로 과거 모든 정권의 적폐를 털고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자국 이기주의가 갈수록 격심한 시대, 과거 정리에 매번 에너지 쏟을 여유는 없어 보인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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