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허수정 CM코리아 대표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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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35면   |  수정 2017-09-22
중견 피아니스트의 ‘무모한’ 도전…후배들 연주 무대를 만들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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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음악기획자인 허수정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CM코리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제는 음악기획에 흠뻑 빠져있다고 하지만 피아노와 함께할 때 그는 더 아름다워보였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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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정씨가 CM코리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의 뒤로 CM코리아에서 기획했던 공연들의 포스터가 보인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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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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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제10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 허수정 대표(가운데)가 현대자동차그룹상을 받았다.


2015년 대구지역 음악계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CM심포니오케스트라에 이어 CM솔리스트싱어즈라는 민간음악단체가 잇따라 창단된 것이다. 민간오케스트라 하나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오케스트라와 함께 어울려 멋진 노래를 선보일 솔리스트싱어즈라는 단체를 창단한 것은 시민들로서는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음악계 속사정을 아는 이들은 우려의 말을 비치기도 했다. 운영하는 데 얼마나 힘이 들까, 도대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두 단체를 총괄해 운영하는 CM코리아 허수정 대표(52)는 그동안의 시간이 무척 행복했다고 말한다. “어차피 창단할 때 돈을 벌 목적은 아예 없었습니다.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자. 1년에 2천만원 정도 써서 운영할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다. 그렇게 5년만 해보자’라는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창단 첫 해는 내 예상을 벗어나서 좀더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놀고 먹어도 그 정도 돈은 쓴다는 생각을 했지요. 이 정도 비용으로 내가 즐겁고 후배들에게도 연주할 기회를 주면 충분히 의미있는 일 아닐까요.”

쉽지 않은 일을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올봄에는 CM시니어오케스트라까지 창단해 오는 26일 창단연주회를 연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였던 그가 이렇게 음악활동의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은 선배로서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20여년 연주·강의로 왕성한 음악 생활
2009년 후배들에 양보…활동방향 전환

“놀고 먹어도 1년에 2천여만원은 쓸 것
그 돈으로 5년만 하고픈 일 하자 결심”
CM심포니오케스트라·솔리스트싱어즈
2015년 민간음악단체 두 곳 잇단 창단
음악기획부터 연주까지 아우르는 활동

올봄엔 CM시니어오케스트라도 구성
순수 봉사연주단체로 26일 창단 공연


▶피아니스트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인 것으로 안다.

“경북대 피아노과와 계명대 음악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그래서 지역 대학이나 예술고에서 강의를 10년 넘게 했고 오페라 등의 반주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해서 20년 넘게 했다. 오페라반주의 경우 1986년 영남오페라단의 공연에 참여한 뒤 2009년까지 지역의 민간오페라단은 물론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연주까지 두루 거쳤다. 내가 특별히 실력이 있었다기보다는 그 당시 피아노반주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많은 공연에 참여하게 됐던 것 같다. 이런 많은 경험이 CM코리아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CM코리아는 단순한 연주단체가 아니라 음악기획부터 연주까지를 두루 아우르는 음악단체다. 그동안 지역에서 연주단체와 음악기획사로 나뉘어져 따로 활동했는데 CM코리아는 이 둘을 합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단독공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안다. 오페라 반주 등 앙상블 연주를 주로 해온 이유가 있는가.

“악기연주든 성악이든 솔로로 활동하기를 원하는 예술인이 많다. 하지만 연주자의 성격에 따라 다른 듯하다. 나는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솔로로 활동하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활동하고 교류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성격이 자연스럽게 앙상블 연주를 많이 하도록 만든 것 같다. 이런 앙상블 연주를 통해 음악 속의 세분화된 장르를 좀더 폭넓게 접하고 음악인들도 많이 알게 된 장점도 있다.”

▶20년 넘게 해온 음악활동을 2009년부터 약 2년간 완전 접었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1980년대 말 대거 해외유학을 떠났던 후배들이 1990년대 말부터 속속 귀국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쳐 학교의 강사로 활동하기가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90년대 말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10명 중 7명이 음악인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유학갔던 음악인들의 귀국이 폭증했다. 그러니 강사 자리도 점점 구하기 힘들어졌다. 나는 대학 졸업 후 그래도 나름 좋은 시절을 보냈다. 강사, 연주활동을 꾸준히 했는데 애써 공부하고 돌아온 후배들은 이래저래 설자리가 없었다. 후배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기도 했고, 20년간 너무 일만 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또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새로운 일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추계예술대 박사과정(문화예술행정경영전공)에 들어갔다.”

▶피아니스트에서 문화예술행정분야로 방향을 바꾼 이유가 있을 듯하다.

“2003년 대구의 첫 성악가 앙상블이라 할 수 있는 ‘이깐딴띠’가 창단됐다. 이때 단원들과의 인연으로 인해 이깐딴띠의 기획일을 맡게 됐다. 이깐딴띠는 지역의 첫 남성중창단으로서 많은 활동을 했다. 이것이 성공모델이 돼 뒤이어 많은 남성중창단이 만들어졌다. 2009년까지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비롯해 수많은 공연을 기획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일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도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공연기획이 내 적성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분야의 실무를 익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것이 바탕이 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수성아트피아 상주단체인 대구스트링스심포니오케스트라의 기획자로 활동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예술행정, 특히 극장이나 음악단체 운영에 대한 광범위한 경험을 하게 됐다. 참으로 값진 경험이었다.”

▶지역에서 민간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CM코리아는 오케스트라만이 아니라 다른 산하단체도 있다.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CM코리아는 처음에는 비영리의 음악기획단체로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연주자였다보니 연주자들에게 좀더 많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예술가들은 돈·명예에 앞서 왕성한 활동을 원한다. 많은 무대에 서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런 예술인들의 소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어서 심포니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싱어즈를 연이어 창단했다. 현재 오케스트라는 40여명, 솔리스트싱어즈는 1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게 충분한 봉급을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상외로 많은 초청공연이 들어와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무대는 많이 주고 있는 편이다. 그리 좋은 여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연주해주는 단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음악단체라는 평이 많다. 그 이유가 있는가.

“단원들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연주자들이다. 열정은 크지만 아직 연륜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열심히 연습하면서도 단원들 간의 화합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 연주단체는 혼자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화합을 통해 멋진 무대를 만들어간다. 각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조화도 필요하다. 이런 조화가 주는 아름다움은 단원들 간의 소통과 화합을 통해 가능하다. 일반적인 연주단체들이 연습만 하고 뿔뿔이 헤어지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연습 중간에 간식 등을 먹으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CM코리아 연습실에서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는다. 이런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유대를 다져나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 단체를 보면 가족 같은 분위기의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단체의 분위기가 연주에도 그대로 스며드는 것 같다. 따뜻하고 유쾌한 느낌의 연주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앞으로도 단원들이 즐거운 연주단체를 만들고 싶다. 단원들이 즐거우면 음악을 듣는 관객들도 즐겁게 된다.”

▶시니어오케스트라도 만들었다.

“올봄 대구지역 40대 이상의 현직 및 은퇴연주자 10여명으로 CM시니어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음악봉사를 할 예정이다. 순수 봉사연주단체인 만큼 단원들은 봉사를 통해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관객들은 따뜻한 음악을 들음으로써 삶의 용기와 기쁨을 느끼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양로원·유치원 등을 찾아가 좋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오는 26일 오후 7시30분 덕호아트홀에서 창단연주회를 연다. 이번 연주에는 나영은 배계순 신명희 안미경 이선영 이지민 최은영(이상 바이올린), 강석진 공준경(이상 비올라), 문현옥 안성희(이상 첼로), 박소현(피아노)이 출연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CM코리아의 CM은 ‘Cominciamo Musica(함께하는 음악)’라는 의미다. 이런 정신을 가지고 출발한 만큼 예술인과 함께하고 관객과 함께하는 음악을 만들어가려 한다. 겁도 없이 창단해 2015년 5회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6년 12회의 공연을 펼쳤고 올해도 8월 말까지 10회의 공연을 했다. 민간연주단에서 이처럼 많은 공연을 하기 힘든데 이렇게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많은 곳에서 초청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CM코리아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내실있는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아직 공연을 멀게 느끼는 분들이 많다. 전 국민이 영화를 보러가듯이 공연장을 찾아 연주를 듣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요즘은 1만~2만원으로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많다. 작지만 내실있는 공연도 많은 만큼 이런 공연에 많은 시민이 찾아와주길 바란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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