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달성 화원자연휴양림·용문사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36면   |  수정 2017-09-22
폭포를 올라 길고 깊은 원시림 끝 절집 하나
20170922
용문사. 좁은 터에 요사채와 선방과 법당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20170922
용문폭포. 용문과 용문소와 함께 용문동천의 입구가 된다.
20170922
화원자연휴양림 내 물놀이장과 휴게 공간.
20170922
용문사 초입. 공덕비와 채마밭을 지나 경내로 들어간다.

천내천 상류에 7년前 문 연 화원휴양림
물놀이·트레킹 등 도심 피서지로 인기

용문사 입구 골짜기 3m 높이 용문폭포
그 양쪽엔 ‘龍門’이라는 10m 높이 석벽
용문 위로 3㎞에 이르는 용문동천 계곡
열린 하늘 밑 용문사까지 온통 龍 세상


9월 아침의 차가운 공기는 정오가 되기 전에 더워졌다. 비슬산 북쪽 사면을 거슬러 올라가는 화원 인흥골의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저 꽃은 어디에서 태어난 것일까. 아침의 차가운 공기에서? 아니면 정오의 온기에서? 꽃길 너머는 온통 미나리꽝이다. 미나리는 확실히 비닐하우스에서 태어난다. 골은 천내천(川內川)을 따라 깊어진다. 화원읍 소재지는 천내리(川內里), 천내천은 화원의 산실(産室)이었다.

◆ 화원자연휴양림

천내천은 비슬산 북사면의 여러 골짜기에서 태어났다. 여러 골짜기 중 한 곳은 마비정 마을의 위쪽, 또 다른 한 곳은 화원자연휴양림의 위쪽 용문지다. 마비정길과 화원휴양림길이 갈라지는 근처에 물길이 합해지는 운명의 장소가 있지만 두리번거려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화원자연휴양림에 들어서면 물길이 보인다. 사방공사로 반듯반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조금 오르면 자연 그대로인 위험한 바위를 신나게 타는 계류도 있다.

휴양림은 2010년에 개장했다. 옛날부터 도심과 가까워 여름 피서지로 명성이 높았고 비슬산 능선과 맞닿아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오던 곳이었다 한다. 화원자연휴양림은 천내천의 시원이 되는 하나의 물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곡은 작심하고 수심 낮은 물놀이장으로 만들었고 물가에는 쉼터를 조성했다. 산자락에는 산책로와 등산로, 트레킹 코스와 삼림욕장이 개설되어 있다. 산과 물 사이에는 콘도형 휴양관과 펜션형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다. 휴양림의 시설과 규모는 아늑하고 수수한 편이지만 능선과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들은 엄청 방대하다.

햇볕은 두꺼운데 바람은 청량하다. 지난 여름 이곳은 사람들로 와글와글했다. 지금은 강아지와 함께 온 가족이 텅 빈 계곡을 몽땅 가진다. 저기 휴게 쉼터에는 한 여인이 책을 읽고 있다. 마음은 딴 곳에 있는지 책장은 바람과 논다. 숲은 지구의 허파라는데, 도심 가까운 깊은 숲은 숨통이다. 때로는 심폐소생술의 마법도 부린다.

◆ 용이 승천한 곳, 용문폭포

화원자연휴양림에서 남쪽으로 조금 오르면 ‘나무아미타불’이라 각자된 커다란 바위가 있다. 그 오른쪽으로 계곡이 이어진다. 용문계곡이다. 길 가까운 계곡은 계단 형식으로 정비된 모습이지만 거미줄을 헤치고 발밑을 살펴 몇 미터만 숲으로 들어가면 팅커벨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을 만한 계곡이 나타난다.

용문폭포(龍門瀑布)가 있다고 했다. 폭포는 약 3m 높이로 일직선으로 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용이 용틀임하듯이 쿨럭쿨럭 떨어진다고 했다. 저-기에 보이는 곡진 낙수가 용문폭포인 듯하다. 지금은 폭포라기에는 수량이 적고 바짝 다가가 보기에는 수량이 많다. 폭포 아래에는 용이 살았던 ‘용문소(龍門沼)’가 있는데 그곳에서 살다 하늘로 올라갔다 해서 ‘용 무덤’이라고도 한다. 폭포의 양쪽에 마주 보고 서 있는 칼로 자른 듯한 10m 높이의 석벽은 ‘용문(龍門)’이다. 용문 위로는 길고 깊은 계곡이 3㎞쯤 이어지고 원시 상태의 자연림이 펼쳐져 있다. 용이 승천한 빼어난 절경이라 ‘용문동천(龍門洞天)’이라고 부르며 성주 출신의 고려 말 충신 이숭인(李崇仁)과 조선시대의 성리학자 정구(鄭逑), 화원읍 본리리 인흥 마을 출신인 문영박(文永撲) 등이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전해진다.

용문에서 길 따라 조금 오르면 좁고 가파른 산길 앞에 용연사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남쪽 봉우리를 넘어 4.8㎞를 걸으면 비슬산 용연사에 닿는단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산길이면서 눈앞의 숫자에는 내심 기고만장한다. 길 옆 배롱나무 아래에 용문사(龍門寺) 방형 입석이 박혀 있다. 돌아보면, 골짜기의 열린 하늘에 지붕 용머리가 보인다.

◆ 하늘과 땅의 기운을 이어주는 곳, 용문사

기록에 의하면 용문사는 1937년 승려 수월(水月)이 창건했다고 한다. 용이 승천할 수 있도록 하늘과 땅의 기운을 이어주기 위해 세운 절이라 ‘용문’이다. 백년이 채 되지 않은 절집이지만 그사이 늙어 무너진 것을 새로 세워 지금은 반짝반짝하다. 주위에서 오래된 기와편이 발견되는데, 일대가 원래 절터였으리라 짐작된다.

초입에 불사 공덕비 두 기가 서 있다. 깨, 고추, 호박, 가지가 자라는 작은 채마밭을 지나고 용이 조각된 샘물과 용왕당과 요사채를 차례로 지나 고요한 선방 앞에 선다. 법당은 높은 축대 위에 앉아 있다. 정면 가운데 기둥머리에 커다란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다. 민화에 나올 법한 해학 넘치는 표정이다. 그리 넓지 않은 부지에 건물들은 옹기종기 모여 있고 가장 햇살이 좋은 자리는 장독들과 꽃이 차지했다.

용문사 법당 왼쪽에 넉넉히 빈 정원이 있다. 햇살도 비교적 잘 드는 자리인데 땅이 축축하다. 뜰의 가장자리에서 올려다보니 산으로 위장한 용문지 둑이 보인다. 용문사 뒷산은 용문산이라 불린다. 지도에는 없는 이름이지만 산꾼들은 자연스레 그리 부른다고 한다. 용문사 바로 위 용문산 중턱에 용문지가 있다. 천내천을 이루는 하나의 물줄기가 용문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몇 년 전 용문지에서 천내천 합수부까지 1천633m 소하천을 ‘용천천’이라 지정 고시했다. 용문, 용문소, 용문폭포, 용문산, 용문사, 용문지에 용천천이 더해졌다. 시공간이 뒤죽박죽된 용들이 난무한다. 용 이야기에는 논리가 필요 없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화원자연휴양림은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산에 위치한다. 앞산순환도로를 이용할 경우 대구수목원 앞에서 화원명곡지구 방향으로 가다 화천교 앞(마비정, 남평문씨 세거지 방향)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지하철 1호선 설화명곡역 방향 5번 국도를 타고 가면 화원역 지나 화원교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화원옥포IC에 내려 화원 대구 방향으로 가다 남평문씨 세거지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주차료, 입장료는 없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