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강민구 KMG내과 원장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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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38면   |  수정 2017-09-22
“재능은 ‘꽝’… 그래도 음악은 나의 힘”
[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강민구 KMG내과 원장
KMG내과 강민구 원장이 그의 휴식공간이자 놀이공간인 음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뒤로 최근 새로 구입한 오디오가 보인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지역 공연장의 연주홀을 찾으면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유명 연주자가 나오는 큰 공연장에서 보기도 하지만 아직 이름이 덜 알려진 연주자의 공연이 펼쳐지는 곳에서도 그를 마주할 수 있다.

KMG내과 강민구 원장(59)이다. 클래식마니아인 그는 자신의 병원에서 직접 음악회를 30회 가까이 열었을 정도로 음악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수성구 범어동으로 병원을 이전하기 전 남구 대명동에서 병원을 운영할 때는 성악·국악·재즈 등의 연주회는 물론 전시회·패션쇼 등도 개최해 지역 의료계와 예술계에서 특색있는 공간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병원은 상가에 자리하고 있어 예전처럼 그의 병원 안에서 연주는 못하고 있지만 병원 옆 범어도서관 야외공간 등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자기 병원서 30회 가까이 음악회 개최
음악에 남다른 애정 가진 클래식마니아
어린시절 가곡 즐겨부른 어머니와 누나
학창시절 메모하며 듣던 라디오 클래식
입학 선물로 받은 전축 통해 장르 확장

“개업 이듬해 첫 오디오 구입 아직도 설레
10여 년 사들인 오디오로 창고가 된 집
그 계기로 인근 상가 작은 음악실 마련”
지금은 봉덕동의 새 아지트 ‘청허당’서
절친들과 모여 음악 들으며 함께 힐링



개인병원에서 전시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KMG내과처럼 음악회를 꾸준히 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전시에 비해 음악회의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공연에 들어가는 만만찮은 비용을 전적으로 병원에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공연장에서의 연주회도 티켓 판매가 힘든 상황인데 병원에서 개최하는 연주회에서 티켓을 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강 원장이 음악회를 꾸준히 개최해온 것은 음악에 대한 뜨거운 사랑 때문이다.

강 원장은 그에게 음악적 애정을 심어준 것은 어머니와 누나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저녁만 되면 누나와 한국가곡애창곡집을 들고 가곡을 불렀습니다. 이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제 가슴에 남아 있었던 것이겠지요. 중학교때 FM방송이 개국을 했는데 새로운 세상을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방송에서 흘러나온 클래식음악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제안을 했다. 경북고에 들어가면 라디오를 사달라는 것이었다. 경북고에 들어갔고 그는 라디오를 선물받았다. 틈만 나면 클래식음악을 듣고 노트에 작곡가, 연주내용 등도 열심히 메모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엽서에 신청곡을 적어서 방송국에 보내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아버지에게 다시 한 번 제안을 했다. 의대에 가면 인켈 전축을 사달라고. 경북대 의대에 합격한 그는 이루고자 한 바를 성취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클래식음악에 빠져들었고 서서히 음악의 장르도 넓혀나갔다.

강 원장은 개업한 뒤 자신이 첫 오디오를 구입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1991년 개업하고 그 이듬해에 제 손으로 처음 오디오를 구입했습니다. 그 뿌듯함과 기쁨은 아직도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그는 만약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아마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었다. 노래도 악기도 그 능력이 떨어졌다. 자신의 이런 약점이 오히려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웠는지도 모른다.

이런 그에게 어느날 보석 같은 분이 찾아왔다. 17~18년 전이었다. 빈티지오디오 전문가인 고(故) 심상복 선생이 건강이 좋지않아 KMG내과에 진료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 병원을 꾸준히 찾는 심 선생과 강 원장은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게 됐고 음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취향이 그들의 사이를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괜찮은 빈티지오디오가 있으면 추천을 해주셔서 이것저것 많이 샀습니다. 그렇게 구입한 것을 심 선생님이 직접 조립해서 만들어주셨지요. 그분은 저의 오디오를 책임져 주시고 저는 그분의 건강을 보살펴드리면서 오랜 세월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작정 사들이던 오디오를 더 이상 집에 놔둘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고물처럼 보이는 오디오가 쌓여가면서 집이 창고화돼 가는데다 거실에서 틈만 나면 음악을 듣고 있으니 아내나 자녀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늘 눈총을 받던 그는 10년 전 큰 결심을 하고 집 부근의 아파트 상가에 작은 음악실을 마련했다.

“집에 쌓아두기만 했던 오디오를 음악실에 제대로 설치해 들으니 딴 세상이 펼쳐지더군요. 단순히 음악만 듣는 공간이 아니라 저의 모든 생활을 점검하고 바쁜 일상에 묻어두었던 저를 찾아가는 의미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이곳은 멍때리기에도 아주 좋은 공간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듣고 있다보면 쫓기던 마음, 불안했던 생각 등이 어느새 사라지고 맙니다.”

그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음악실을 찾는다. 토요일은 진료를 마친 뒤, 일요일은 오전 산행을 끝낸 뒤 그곳으로 향한다. 평일도 저녁 약속이 없으면 들르고, 약속이 있는 날도 일찍 마칠 경우 들러서 음악을 들으며 마음정리를 한 뒤 집으로 향한다.

그런 그에게 2년 전 비보가 전해졌다. 마치 자식처럼 강 원장의 오디오를 성심성의껏 관리해주신 심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오디오의 주인은 강 원장이었지만 그 오디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심 선생님이 없으니 그는 그 오디오를 더 이상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오디오를 바꾸면서 음악실도 봉덕동으로 옮겼다. 한 달여 점심시간마다 병원과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새 음악실을 찾던 그는 딱 맞는 공간을 구했다. 인테리어사무실로 쓰던 33㎡(10평) 정도의 작은 공간인데 내부가 새 오디오와 잘 어울리는 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예전의 빈티지오디오는 실내악을 듣기에 특히 좋았는데 새로 구입한 영국 로더사의 오디오는 보컬의 음색을 잘 전해줘서 성악·재즈 등을 많이 듣습니다.”

음악실은 그의 절친들의 아지트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에게는 바둑을 같이 두는 절친 4명이 있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기원에서 만나 바둑을 두었는데 최근에는 그의 음악실에서 모임을 가진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만나면서 강 원장은 과거로 돌아가는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옛 친구들과 학창시절처럼 바둑을 두고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면서 과거는 물론 현재·미래의 삶도 공유하고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새 음악실에 이사를 할 때 친구들이 아주 귀한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목공예하는 친구가 130년된 고택에 있던 기와로 음악실 당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청허당(聽虛堂)’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이곳은 제 고민을, 욕심을 내려놓고 비울 수 있게 하는 곳입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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