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용호 “김정은 초강경 대응? 태평양상 역대급 수폭 시험일 듯”

  • 입력 2017-09-23 00:00  |  수정 2017-09-23
냉전시기 강대국이 상공서 했던 실험
500㎞ 밖에서 화상입는 등 피해 막대
北, 핵보유국 인정 요구 수순 밟을 듯
20170923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에 반발해 태평양 해상의 ‘수소탄 시험’ 가능성까지 흘리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UN) 총회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숙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언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조치가 되겠는지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리용호의 말이 실제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인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수사(修辭)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도발 카드로 검토 중인 방안을 내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이 이날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리 부상의 말을 허언으로만 간주할 수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태평양상에서 수소탄 시험을 한다면 수소탄을 탑재한 미사일을 태평양으로 발사해 이를 터뜨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몰아올 수 있다. 냉전 시기인 1950∼60년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태평양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쏴 공중 폭발시키는 실험을 실제로 수행했다. 그러나 1960년대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PTBT) 등 국제 합의를 계기로 대부분 지하 핵실험 방식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PTBT 발효 전인 1958년에는 태평양에 있는 존스턴 섬에서 미사일을 활용해 위력이 약 3천800㏏에 달하는 핵폭발 시험을 하기도 했다. 당시 폭발은 수십㎞ 상공에서 이뤄졌다.

지하시설이 아닌 공중에서 하는 핵실험은 광대한 영역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1958년 존스턴 섬 핵실험의 경우 1천㎞ 이상 떨어진 하와이의 통신이 수 시간 동안 중단됐고 약 500㎞ 떨어진 곳에 있던 토끼의 안구 화상 사례가 발견됐다.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모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시설에서 하는 방식이었다. 이 가운데 1∼4차 핵실험의 경우 핵탄두가 아닌 핵폭발 장치를 터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던 북한은 작년 9월 5차 핵실험 직후 ‘핵탄두 폭발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6차 핵실험 직후에는 수소탄으로 보이는 장구 모양의 탄두를 결합하는 핵실험 준비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지하에서 터뜨리는 시험에 이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쏴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을 추진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직접 성명은 전례가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나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응해 북한군이나 주요 기관 명의의 성명을 내놓은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명의로 대외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런 형식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성명을 발표한 것은 김일성·김정일 집권 시기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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