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유리로 된 집에선 쉴 수가 없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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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3   |  발행일 2017-09-23 제16면   |  수정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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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유리로 된 집에선 쉴 수가 없다
폴 키드웰 지음/ 김성환 옮김/ 파우제 360쪽/ 1만8천500원

전면이 유리로 된 집에 사는 기분은 어떨까. 외관은 멋지지만 실제 살아본 사람의 기분은 생각보다 즐겁지 않았던 것 같다. 1951년 지어진 미국 일리노이주의 판스워스 하우스는 전면이 유리로 된 스틸 구조의 주택이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지었는데 그 자체는 명성이 높지만 전해지는 일화는 좋지 않다. 소유주인 에디스 판스워스 박사는 건축가 미스와의 연애 끝에 그를 고소하려 했다. 이들의 불화는 애정 문제가 아닌 집에서 비롯됐다. 그는 회고록에 “사방이 유리로 에워싸인 이 집에 있으면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야생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무지 쉴 수가 없다”고 썼다.

이 책은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이 우리의 일상과 행복에 주는 심리학적 영향을 이야기한다. 집에서부터 시작해 이웃 환경, 학교, 직장, 휴식공간, 병원 등 도시 전역을 짚는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건축과 인간의 공존을 연구하기 위해 건축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는 15년 동안 직접 관찰하고 조사한 건축의 심리학적 영향력과 이와 관련된 수십 여개의 연구사례를 근거로 책을 썼다. 건축물은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자는 “개발자들은 상업적 이득을 위해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건물들을 짓고, 유명 건축가 중 일부는 실제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보다는 예술적인 건축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더 관심을 쏟는 듯하다”고 지적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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