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최춘해 아동문학가·김성민 브로콜리 숲 대표

  • 유승진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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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3   |  발행일 2017-09-23 제22면   |  수정 2017-09-23
스승 발표 동시집 제자가 50년만에 리메이크…“童心 찾고싶은 모두가 독자”
20170923
원로 아동문학가 최춘해 선생(왼쪽)과 그의 제자 김성민 대표가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을 들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구는 ‘아동문학의 성지’라 불린다. 1957년 대구아동문학회가 전국에서 최초로 생긴 것은 물론 김성도, 이응창, 윤복진 등 대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 6·25전쟁 이후 1950년대 대구에는 아동문학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여 명이나 활동했고, 80년대 아동문학 분야의 최고의 상으로 불리던 세종아동문학상에 강준영, 하청호 등 대구의 아동문학가가 수상했다. 대구 아동문학의 전성기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대구아동문학회를 비롯해 아동문학 관련 모임은 10여개에 이르고, 활동 중인 아동문학가는 200명에 이른다. ‘창비-어린이 신인 문학상’ 수상자 8명 중 4명이 대구 출신이기도 하다. 최근 대구 아동문학계에 뜻깊은 책이 출간됐다. 원로 아동문학가인 최춘해 선생의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이 그의 제자 김성민 브로콜리 숲 대표에 의해 리메이크된 것이다. ‘시계가 셈을 세면’은 최춘해 선생이 1967년 발표한 동시집으로, 그의 첫 시집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스승의 책을 한 페이지씩 일일이 스캔해 50년 만에 깨끗한 책으로 만들어 출간했다. 디자인과 내용을 그대로 살린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을 낸 출판사 브로콜리 숲 김성민 대표(48)와 그의 스승인 원로 아동문학가 최춘해 선생(85)을 만났다.

▶최춘해 선생
“당시 활자인쇄로 1천부 찍어…초등교재에 사용
제자덕분 지금 아이들도 읽을 수 있어 기분 좋아
지칠때마다 동시 읽으면 창의력·마음순화 도움
혜암아동문학회·문학교실 통해 저변확대 노력”

▶김성민 대표
“문학인생 50주년 기념 디자인·내용 그대로 복간
오래된 작품이라 할수 없을 만큼 현재 감성 담겨
선생님 號로 만든 혜암아동문학회 9대회장 맡아
어린이 독자 만나 강연·낭독공연도 이어갈 계획”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을 소개한다면.

△최춘해(이하 최)= “1967년 등단 이후 처음으로 낸 책이다. 지금의 출판 기술과 달리 활자인쇄 방법으로 찍은 책인데, 그래도 당시에 1천부나 찍었다. 당시 국민학교 교재로 사용돼 책이 제법 잘 팔렸다. 지금은 이 한 권이 딱 남았다.”

△김성민(이하 김)= “지난해 출판사를 만들면서 첫 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선생님한테 동시집을 하나 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선생님이 신작시가 없다고 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낡고 낡은 이 책을 발견하게 됐고, 선생님의 문학인생 50주년이기도 한 올해 선생님의 첫 책을 복간해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과 내용은 1967년과 모두 동일하다.”

▶제자가 책을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어땠는지.

△최= “전혀 생각도 못했다. 이 책이 다시 새로 태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내심 한 권밖에 남아 있지 않아 아쉬운 생각도 많았는데 성민이가 좋은 제안을 해서 혼쾌히 승락을 했다. 오래된 책을 지금의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에서 특히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최= “‘시계’라는 시가 있는데, 시집 제목이 이 시에서 따온 것이다. 내용면에서도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학교에서 낭송이 많이 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 “‘자연 공부 시간’이라는 시가 특히 좋다. 50년 전 작품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지금의 감성이 느껴지는 시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교직에 계시면서 쓰신 책답게 이 시를 읽으면 당시의 교실 안 풍경이 떠오를 정도로 시가 매력적이다.”

▶아동문학을 하게 된 계기는.

△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당시 책 읽기와 함께 글짓기도 지도했다. 지도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작품으로 지도하는 것보다 내 작품으로 하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등단을 준비하게 됐다. 그때부터 시를 써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학교 소식지에 싣기도 했다.”

△김= “최 선생님을 만나면서 하게 됐다. 어떤 장르로 문학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신문에서 아동문학교실을 연다는 기사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 그곳에서 동시를 쓰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했다. 많이 부족했지만 좋은 기회로 ‘대구문학’과 ‘창비’에 연달아 등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아동문학가의 길을 걷게 됐다.”

▶아동문학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최= “아동문학은 순수하다. 순수하기 때문에 아동문학 하는 사람들은 심성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이들의 글을 읽으면 독자들도 저절로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아동문학은 독자가 가장 많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부터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동문학이다.”

△김= “크고 넓은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동문학이다. 어린이가 주된 독자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동심을 찾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 모두가 아동문학의 독자라고 생각한다. 아동문학은 소재에는 제한이 있을지 모르지만 품고 있는 생각과 세계는 다른 장르에 비해 넓고 크다고 자부한다.”

▶아동문학교실과 수료생들의 모임인 혜암아동문학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최= “초등학교 교사로 1998년에 정년 퇴직 후 어떤 일을 하며 사회에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아동문학 저변 확대를 위해 아동문학교실을 열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딱 10년만 하자는 생각으로 2003년부터 하게 됐다. 나는 2013년에 강단에서 내려왔고, 이후로는 처음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이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한 기수가 보통 30명으로 구성되는데 직업부터 연령, 성별까지 다양하고 아동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의 수료생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혜암아동문학회다. 이름은 선생님의 호(號)를 따서 지었다. 대구에서 아동문학에 한 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은 제가 9대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우리 아이들의 동심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2017년 우리 어린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최= “요즘 아이들은 지치고 피곤해 보인다. 여유도 없어 보인다. 동시도, 동화도, 책도 읽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창의력을 기르고, 마음을 순화하는 데 아동문학만큼 좋은 것은 없다. 결국 아동문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이고,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김=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고, 다른 것에 빠져 사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부터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독서습관 기르기의 첫째 과제다.”

▶앞으로 아동문학가로서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최= “혜암아동문학회 제자들을 위해 활동할 생각이다. 제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좋은 문학회가 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아동문학교실도 계속 진행하면서 아동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김= “먼저 동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 할 생각이다. 직접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서 강연을 하고, 낭독 공연도 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브로콜리 숲 출판사 역시 아동문학을 중심으로 출판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구에서 아동문학 출판사 하면 우리 출판사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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