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北-美 말폭탄…우발적 무력충돌 ‘아슬아슬’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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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  발행일 2017-09-25 제1면   |  수정 2017-09-25
北 유엔연설서 트럼프 원색비난
美 B-1B전폭기 北공해 위협 비행

미국과 북한 최고 지도자 사이에 주고받은 분노 섞인 격한 언사 속에 실질적인 무력위협도 증폭돼 한반도 안보수위가 아슬아슬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9일 유엔총회에서의 ‘북한 완전파괴’ 발언 이후, 그동안 주로 미국이 언급해 온 ‘예방적 선제행동’을 꺼내들었고, 태평양상의 수소폭탄 실험까지 들먹였다.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북한 동해국제공역에 전개하며 ‘무력시위’로 맞대응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이례적으로 자신 명의의 첫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트럼프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불망나니’로 칭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미치광이’ ‘로켓 맨’이라고 비하한 바 있다.

말폭탄은 23일(현지시각)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연설로 한껏 고조됐다. 리용호 외무상은 트럼프를 겨냥해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한 생(生)을 늙어온 투전꾼이 미국 핵 단추를 쥐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실”이라며 인격적 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부동산 재벌이란 점을 겨냥한 것이다. 그것도 최고 국제기구인 유엔총회장에서였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은 점차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 가고 있다. 리용호의 유엔총회 연설 직전 미국은 북한 동해상의 국제공역에서 전략폭격기(B-1B 랜서) 비행을 실시했다. 동해상 최북쪽 비행이다. 공교롭게 이날 오전, 북한 핵실험장에서 불과 20여㎞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 한때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의심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이른바 유엔안보리를 통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군사적 간접 압박이란 투 트랙을 써오고 있다. 경제·외교적 압박에 치중해 오면서 명분을 쌓는 한편,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대북 군사적 선택(옵션) 가능성을 신호로 내보내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대치상황의 전개를 보면 한 번도 긴장이 완화된 쪽으로 흐른 적이 없다. 한 발 한 발 충돌의 지점으로 점차 다가서는 형국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확고한 군사적 동원태세가 절실하면서도 동시에 사소한 우발적 충돌을 배제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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