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명절선물세트 판매 26%나 줄어…“지원대책 서둘러야”

  • 입력 2017-09-25 07:25  |  수정 2017-09-25 08:01  |  발행일 2017-09-25 제6면
청탁금지법 시행 1년
20170925

오는 28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1년을 맞는다. 청탁금지법은 시행 초기 경기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과 겹쳐 ‘소비 절벽’ 우려를 키웠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산업별·업종별에 따라 청탁금지법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다. 특히 농·축·수산물이나 음식점·화훼 분야 등은 지금까지 매출 감소 등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음식점·주점업 소비 뒷걸음질

청탁금지법과 연관된 일부 소비 지표들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9월 1.6% 감소해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는 이후 지난 7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소비 증가폭 둔화세

한정식집 가장 크게 타격
외식업종 매출 22% 감소

선물소비 특히 많은 화훼
전년 동기비 34%나 줄어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 지표도 좋지 않다. 음식점·주점업 생산 지수도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반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골프장 운영업은 생산지수가 오히려 지난해 말 10%대까지 확대되면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전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부 소비 구조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체 거시 지표는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작았다. 지난해 9월 이후 전체 소매판매액 지수는 9월 이전과 비교해 경기침체 영향으로 증가 폭이 다소 둔화하기는 했지만 1∼4% 내외의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정식집 카드 사용액 크게 줄어

하지만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청탁금지법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씨카드가 청탁금지법 시행 전후(2015년 10월∼2016년 8월, 2016년 10월∼2017년 8월) 자사의 신용카드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청탁금지법에 따른 소비 위축이 수치로도 나타났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한정식집이었다. 사용액과 사용 건수 모두 20% 이상 감소했다. 한정식집 법인카드 사용액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보다 25.2% 감소했다. 사용 건수도 24.2% 줄었다. 개인카드도 사용액과 사용 건수가 각각 22.9%, 22.2% 줄었다.

일식 횟집 업종은 법인카드와 개인카드가 대조를 이뤘다. 개인카드로는 사용액이 7.0%, 사용 건수는 14.8% 증가했다. 반면 법인카드는 사용 건수가 거의 변함이 없었으나 사용액은 7.2% 줄었다. 3만원 규정에 따라 고가의 음식을 파는 한정식집은 찾는 사람이 줄었을 뿐 아니라 사용하는 금액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주점업종도 법인카드 사용액과 건수가 더 크게 감소하는 등 비슷한 모양새였다.

◆명절 선물세트 직격탄

선물용 수요가 집중되는 주요 농축산물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수요가 급감하며 매출이 대체로 크게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연간 식품 매출 가운데 명절 기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번째 명절인 올해 설 당시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1천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나 감소했다. 2년 전인 2015년(1천467억원)보다도 판매액이 적다.

80∼90%가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화훼 분야의 피해도 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화원협회 소속 소매업체 1천200곳의 올해 1∼5월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7% 급감했다. 특히 승진 축하용 등으로 주로 소비되던 난류는 소비가 줄면서 평균 가격(작년 9월∼올해 5월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4.2%나 하락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 1년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420개 업체 가운데 66.2%(278곳)가 청탁금지법 시행 후 1년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감소율은 22.2%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청탁금지법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은 부인할 수 없는 결과"라며 “다만 청탁금지법 효과가 경기침체와 섞이면서 미시적으로 보지 않으면 데이터상으로 명확히 식별이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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