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청, 손정의 회장 ‘짝사랑’ 접나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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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07:29  |  수정 2017-09-25 12:43  |  발행일 2017-09-25 제8면
2년째 조상 묘 벌초 안하기로
구청 “작년 심은 잔디 덜 자라”
내부선 그만둔 것 같다 소문도
강대식 구청장 “내년에는 재개
孫회장에 고맙다는 말 듣고파”

대구 동구청이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조상 묘에 대한 추석 벌초를 지난해부터 중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만 전 구청장 재임 때인 2011년 시작된 이후 5년 만에 낫을 내려놓은 것.

동구청의 ‘벌초 서비스’는 당초 손 회장의 투자 등을 내심 바라고 해 온 일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손 회장 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제 ‘짝사랑’을 그만 끝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동구 도동 손 회장 조상 묘 벌초를 하지 않기로 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땐 손 회장의 문중에서 봉분 정비를 한다고 해서 벌초를 안 했고, 올해 추석엔 그때 이식한 잔디가 아직 덜 자라 벌초를 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손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구 동구 출신이다. 도동엔 손 회장의 일가 친척인 일직손씨(一直孫氏) 문중 50여가구가 집성촌을 이뤄 살고 있다. 도동 일대엔 손 회장의 증조부부터 10대조까지 묘가 있다.

손 회장 조상 묘 벌초는 표면적으론 그의 친척들이 고령이어서 묘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이유지만, 내심 손 회장의 고향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바라고 하는 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년 연속 벌초가 이뤄지지 않자, 이참에 영구적으로 그만두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동구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벌초를 놓고 ‘손 회장에 대한 동구청의 짝사랑’이라는 냉소적 시선도 꽤 있었던 터였다. 실제, 구청이 손 회장에게 조상 묘 벌초 장면을 영상으로 담은 CD와 대구 방문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수차례 보냈으나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이 없다. 구청 안팎에선 “손 회장이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데, 전임 구청장이 벌인 일을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느냐”고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대식 동구청장은 “그동안 꾸준히 해오던 일을 갑자기 그만두긴 뭣하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내년엔 다시 벌초를 할 계획”이라면서도 “손 회장에게 엄청난 투자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손 회장이 언젠간 ‘고맙다’는 말 한 마디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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