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아직도 내 꿈은 좋은 선생님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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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07:44  |  수정 2017-09-25 07:44  |  발행일 2017-09-25 제15면
[행복한 교육] 아직도 내 꿈은 좋은 선생님 되는 거예요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나는 대학 시절 이오덕 선생의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삶과 믿음의 교실’을 도서관에서 읽고 진짜 교사가 되고 싶었다. 교사가 되어 영남대 박홍규 교수가 쓴 영국의 서머힐과 일본의 기노쿠니학교, 미국의 듀이학교, 프랑스의 프레네학교, 독일의 발도로프학교 등 세계 곳곳의 대안학교 이야기를 읽고, 나도 그런 학교의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교사가 되었지만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따또학교’ ‘다솜학교’ 등을 관찰했다. 그리고 참교육 여름학교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민들레학교’를 만들었다. 참교육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무엇보다 복직과 전교조 합법화가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교직 32년 동안 단 하루도 참 멋진 학교다 싶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기억이 없다. 참세상이 오면 참학교가 되고, 그러면 나는 참교육을 하는 참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이제 남아있는 교직 기간이 많지 않다. 이러다 ‘꿈만 꾸다 가는 그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강박을 갖게 되었다. 대구에서는 꿈을 꾸지만 실현해 볼 방도가 나에겐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가끔 정 안되면 늘 부러워하는 지역교육청으로 가서 딱 3년만 근무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타 시·도 선배 교육감들을 만나면 초빙교사 같은 것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본다. 아니면 더 늦기 전에 명퇴를 하고 학교를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해 본다.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아주 가끔만 해 보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도종환 시인의 ‘어릴 때 내 꿈은’이라는 시에 붙인 노래를 부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 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중략)//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님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 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가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나는 오래전 경북 지역 작은학교의 폐교를 막는 활동을 지켜봤다. 하지만 대도시 대구에서 작은학교를 통폐합할 줄 몰랐고 이를 막는 일이 내 몫이 될 줄을 몰랐다. 이런 지역에 사는 내가 달빛고속도로를 타고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 지역의 작은학교 교사들에게 강의를 하러 간다. 그런데 뒷목을 잡으며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내가 작은학교를 살린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구 사람이 광주에 가서 배워야지 뭔 할 말이 있을까 하는 심정이다. 하지만 해보지 못했기에 이런 좋은 조건의 지역에서 도대체 못할 게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의심을 풀어보러 가기로 했다. 혹시나 어떻게 대구에서도 혁신교육이 정책이 되고, 작은학교를 살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짜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교육의 모델이 있을 법한 빛고을 광주를 향해 달구벌에서 펼쳐질 참교육 교육혁신의 꿈을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가을이 오는 달빛고속도로를 달려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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