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영화, 경계를 허물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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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  발행일 2017-09-25 제23면   |  수정 2017-09-25
20170925
플랫폼과 매체의 다변화로 방송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인력 교류를 비롯해 영화와 방송의 융합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영화 감독, 드라마 PD가 장르를 넘나들며 제작한 작품들.

방송과 영화의 경계 허물기 작업이 활발하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서로 경원시했던 방송과 영화가 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된 건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플랫폼과 매체의 다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경계 허물기 작업이 한창인 할리우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분명한 건 방송과 영화의 크로스오버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은 갈수록 참신한 작품 요구
실험적 소재·장르로 기대치 충족
영화 인력 대거 투입된 케이블
장르적 성격 강한 드라마 생산
지상파도 흐름에 맞춰 차츰 변화

드라마, 스크린으로 외연 확장
방송도 예능·교양 경계 희미해져
인력 교류 등으로 융합 가속화



◆새롭고 신선한 작품에 대한 대중의 열망과 기대

영화와 방송의 경계 허물기 작업이 활발한 이유는 단순하다. 대중은 갈수록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보길 원하고, 제작사나 스튜디오는 감독, 작가, 기술 스태프 등 각 매체의 유능한 인력을 활용해 기존에 다루지 못했던 실험적인 소재와 장르로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려 한다. 또 갈수록 치열해지는 라인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은 욕망도 크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흐름은 자연스럽게 두 쪽의 인력과 기술, 크리에이티브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했다. 그 일환으로 영화 인력이 대거 투입된 케이블과 종편을 중심으로 장르적 성격이 강한 드라마가 생산되고 있고, 지상파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차츰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CJ E&M의 한 드라마 PD는 “한국은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난 반면 실력 좋은 작가의 수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출생의 비밀, 복수, 기억 상실 등을 소재로 한 막장 드라마를 주로 제작해왔다”며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기존의 드라마와는 품격이 다른, 그러니까 영화같은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찍는 영화감독들

영화 아이템을 드라마로 기획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건 영화 인력의 방송계 진출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고스트 맘마’ ‘싸움’ 등을 만든 한지승 감독은 SBS ‘연애시대’(2006)로 드라마에 진출한 뒤 tvN ‘일리있는 사랑’(2014)을 연출했다. 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해어화’의 박흥식 감독은 SBS ‘달콤한 나의 도시’(2008)를, ‘친구’ ‘챔피언’의 곽경택 감독은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8)을 각각 연출했다. 또 봉만대 감독은 ‘동상이몽’(2005)을, 공수창 감독은 ‘코마’(2005)를, 정초신 감독은 ‘색시몽’(2007)을 연출하며 초기 영화감독의 케이블용 TV 드라마 계보를 만들었다.

최근 그 바통은 지난 7월26일 첫선을 보인 tvN ‘크리미널 마인드’의 양윤호 감독으로 이어진다. ‘리베라메’ ‘홀리데이’ ‘바람의 파이터’ 등을 연출한 양 감독은 앞서 2009년 KBS 2TV ‘아이리스’를 연출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절찬리에 방송 중인 OCN ‘구해줘’의 연출 역시 영화 ‘야수’ ‘무명인’ 등을 만든 김성수 감독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를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연출은 할리우드에서도 이젠 낯익은 풍경”이라며 “좀 더 영화같은 화면이 필요하거나 규모가 큰 드라마를 찍을 때 영화감독을 종종 캐스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메가폰을 잡은 드라마 PD들

드라마 PD 역시 스크린으로의 외연 넓히기가 한창이다. 그중 주목받고 있는 건 코믹 사극시리즈 ‘조선명탐정’으로 흥행력을 인정받은 김석윤 PD다. KBS를 거쳐 JTBC에 둥지를 튼 그는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2015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을 성공시켰고, 2018년 개봉예정인 ‘조선명탐정3’의 메가폰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방송사에 적을 둔 상태에서 영화를 연출해 성공시킴으로써 시리즈 전편 연출이라는 전무후무한 필모를 갖게 되었다. 그에 앞서 ‘풍문으로 들었소’ ‘밀회’의 안판석 PD는 2006년 영화 ‘국경의 남쪽’을 연출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시대에 방송사 PD가 좋은 아이템으로 영화도 연출한다면 방송사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KBS 1TV 극사실주의 다큐 ‘임진왜란 1592’를 성공시킨 김한솔 PD는 이의 스핀오프 버전 격인 영화 ‘귀선’도 맡았다. 2018년 개봉을 목표로 김 PD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담당하고, KBS가 영화사 트리니티와 함께 공동제작한다.

◆예능·교양 PD, 촬영감독이 드라마 연출

TV안에서도 드라마와 예능, 교양 연출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외적 성장과 콘텐츠 제작 홍수에 따른 결과다. 김석윤 PD는 원래 KBS 예능국 PD였지만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성공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를 연출하면서 영화계에 입성한 케이스다. tvN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빅히트시킨 신원호 PD도 KBS 예능 PD 출신이고, 최근 KBS 2TV ‘최고의 한방’을 만든 유호진 PD도 KBS ‘1박2일’을 이끈 예능 PD 출신이다. 또 tvN ‘써클’을 연출한 민진기 PD 역시 ‘SNL코리아’를 연출하던 예능 PD였고, OCN ‘나쁜 녀석들’과 ‘38사기동대’를 성공시킨 한동화 PD는 촬영감독 출신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광원씨는 “인력교류를 비롯해 영화와 방송의 융합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염두에 둘 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매체의 본질이 변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라며 “교류와 융합의 최종 기착지가 더 좋은 드라마, 더 좋은 영화의 완성에 있을 때 방송과 영화의 윈윈전략은 관객과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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