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재 산책 - 장뇌] 독충 기어나오는 입춘에 녹나무 태워 없애…방충제·방취제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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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6 08:03  |  수정 2017-09-26 08:03  |  발행일 2017-09-26 제21면
[박종현 원장의 약재 산책 - 장뇌] 독충 기어나오는 입춘에 녹나무 태워 없애…방충제·방취제로 사용

장뇌는 장(樟)과에 속한 녹나무에서 추출한 고형의 휘발성 기름이다. 원줄기와 뿌리를 잘게 쪼개어 수증기로 증류시킨 다음 냉각한 결정(結晶)체다. 원줄기인 장목은 약성이 따뜻하고 맛은 맵다. 추출물인 장뇌의 약성은 좀 더 뜨겁고 맛은 맵고도 쓰다.

옛날 제주도 남쪽에 큰 절이 있었다. 어느 날 절 안에 큰 뱀이 나타나 불공을 드리던 사람들을 물면서 돌아다녔다. 절 안의 사람들은 스님과 함께 모두 놀라서 뛰쳐나왔다. 그 뒤로 아무도 절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얼마 후 과객이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빈 절에 들어가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밤기운이 차가워 땔감을 찾아보니 마땅한 것이 없었다. 찾다 못해 빈 절이라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목어와 목탁 나막신 등을 모아 불을 지폈다. 그런데 그것들이 다 녹나무로 만든 것이라 화력도 좋았지만 진한 냄새의 연기가 났다. 몸이 따뜻해진 과객은 그대로 잠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큰 뱀 한마리가 바로 옆에 죽어있었다. 과객은 혼비백산하여 마을로 내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마을사람들은 녹나무 연기가 뱀을 죽였을 거라 짐작했다. 그때부터 독충들이 땅에서 기어 나오는 입춘에 녹나무를 태우는 풍습이 생겼다. 줄기를 증류해서 얻은 기름은 방충제, 방취제, 향료 등으로 사용했다.

장뇌는 흥분성강심제로 이뇨 해열의 효과를 겸비한다. 강한 방향(芳香)성으로 막힌 곳을 뚫어준다. 쇼크나 열병으로 의식이 혼미한 것을 치료한다. 심장쇠약이나 협심증에 유효하며, 호흡기 쇠약으로 인한 만성기침이나 기관지염에 사용한다. 류머티즘 좌골신경통에 외용하며, 옴이나 버짐 종기에 욕탕제로 사용한다. 여름철 토사곽란 복통에도 효력이 높다.

<제생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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