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종대왕의 한글, 우리들의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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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8   |  발행일 2017-09-28 제29면   |  수정 2017-09-28
[기고] 세종대왕의 한글, 우리들의 한글!
강민구 대구 수성구의원

최근 거리의 간판들을 보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우리 한글은 한 자도 없는 간판이 있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이는 아는 사람만 오고 모르는 사람은 오지 말라는 특수층만 노리는 표적마케팅일 수 있다. 아니면 티저광고(teaser ad·상품의 중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주의를 끄는 광고)일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글로벌시대 또는 국제화시대인데 무슨 문제가 될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읽지 않을 권리도 있지만 읽을 권리도 엄연히 있지 않을까. 부모세대는 가족부양의 책임으로 외래어 공부를 많이 못했다. 이런 어르신이 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우리 아버지께서 10여 년 전 때늦게 영어 알파벳을 뗀 후에 내게 한 말이 있다. “알파벳을 알아도 못 읽는 간판이 많다. 왜 그러냐”는 것이었다. “아버지, 저도 못 읽는 간판이 수두룩해요. 요즘은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말로 된 간판이 많아서 그래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과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및 외래어 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간판에 한글이 한 자도 없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우선 5㎡ 이하 사이즈 간판은 신고 대상이 되지 않아 정비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작은 간판 중에 외래어만 표기한 간판이 자꾸 늘어간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간판에도 한글이 한 자도 없는 것이 수두룩하다. 왜 이럴까. 허가 및 신고 대상의 간판의 경우에도 ‘상표법’에 의거,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한글 또는 외국문자가 포함된 내용)에 대해서는 그대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 한글이 한 자도 없는 간판은 그 자체가 상표로 등록돼 있는 광고물이다. 그러니 외래어를 그대로 상표로 등록한 후에 외래어가 아니라 ‘상표’로 간판을 달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커피숍 등을 포함해 체인점 형태를 띤 많은 점포에서 외래어 표기만 한 간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광고물에 대한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일선 행정부서를 탓하기 전에 법령 정비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

40대 이후가 되면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노안이 온다. 출장을 갈 때 세면도구 등 욕실용품을 가지고 가보면 휴대용으로 만든 그 물품에는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그것도 한글이 아닌 외래어로만 표기한 제품이 많다. 집에서는 익숙해서 상품을 쓸 수 있지만, 간혹 쓰는 물품은 무슨 용도인지 한참을 살펴야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상품에도 외래어로만 표기하지 말고 한글을 병기해야 한다. 그래야 나이든 분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물품을 사용할 수 있다.

한글의 위대성은 스마트시대에 더 빛을 발휘한다. 서구권에서는 알파벳이 있어 쉽게 타이핑할 수 있다. 우리도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그대로 입력하기에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빠르고 쉽게 입력을 한다. 그렇지 않은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원하는 뜻을 소리나는 대로 영문자로 타이핑 후 중국어는 번체·간자체로 변환하고 일본어도 히라가나·가타가나로 변환한다. 그냥 단번에 입력하는 것과 한 번 변환해서 입력하는 것은 속도뿐만 아니라 차이가 크다.

이런 위대한 글자인 한글이 언제부터인가 외래어 사용이 급증하면서 우리의 얼굴격인 간판에서도 자꾸 줄어드는 실정이다. 외래어를 사용하면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우리글로 표현하면 그렇지 않은지 반문하고 싶다. 한글이 말로만 위대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서도 그렇게 되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외래어 간판의 범람에 관계자의 전폭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곧 한글날이 다가온다. 공휴일로 지정된 중요한 날이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그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새겼으면 한다.
강민구 대구 수성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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