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문재인정부의 중간고사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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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30   |  발행일 2017-09-30 제23면   |  수정 2017-09-30
[토요단상] 문재인정부의 중간고사 성적
최병묵 정치평론가

오늘부터 열흘간의 긴 추석 연휴에 들어간다. 추석 민심은 항상 정치권의 예민한 이슈였다. 올해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징검다리 근무일을 없애는 바람에 미뤄뒀던 외국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다. 190여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국내 숨은 여행지를 찾는 사람도 많다. 아예 관광지에 대가족이 모여 추석을 쇠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추석날인 10월4일 하루만은 얼굴을 맞댈 대가족이 아직은 절대 다수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족들이 이처럼 많이 모이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화제도 정부가 잘하고 있느냐로 모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대략 65%의 긍정률이다. 집권초인 올 6~7월에는 80%를 넘었다. 5개월이 안 돼 15%포인트가 달아났다.

필자는 아직 중간(中間)고사 성적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연말쯤 예상되는 기말(期末)고사에선 혹독한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집권 직후의 기대 거품이 빠지고 각종 정책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라는 것도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앞으로 경기(景氣) 전망을 어둡게 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단 얘기다. 8·2 대책으로 불리는 부동산 정책도 부동산 경기를 얼어붙게 했다. 이 여파로 건설 경기 침체 가능성도 커졌다. 건설 경기는 전후방 연관 산업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시행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예고 등도 진척이 미뤄지는가 하면 역풍과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추석 민심의 첫 화두는 대부분 “살기 너무 힘들다”였다. 올해는 아마도 “나아질 줄 알았는데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교체 후 기대가 한층 높아진 데 따른 ‘반사적 불이익’인 셈이다. 이를 관리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시로 드러나는 중간 실적, 즉 중간고사도 잘 봐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는 데 성공했지만, 실적을 평가하기엔 이른 상태에서 추석을 맞은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 문재인 경제의 기본 골격인 소득주도성장도 이젠 혁신성장이란 더 모호한 말로 바뀌었다.

경제는 세계가 다 어렵다고 하니 그렇다 치자. 외교 안보와 관련해 쏟아놓은 정책들은 미국·일본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사드 압박은 현재 진행형이다. 만약 사드를 박근혜정부의 방침대로 올 6월안에 마무리했다면 어땠을까. 중국의 반발은 어차피 겪어야 할 테지만 이미 기정사실이 됐기 때문에 배치 후 3개월쯤 지난 지금쯤이면 보복 해제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것이다. 결국 현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이 중국의 보복 연장을 불러왔다고 봐야 한다. 1개 포대 6기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지금도 ‘임시배치’라고 한다. 중국의 보복을 언제까지 끌고 가려는지 전략부재도 이렇게 경우없던 적이 없다.

미국과 북한 사이 말폭탄 교환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운전자론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북한에 800만달러(약 90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것도 어안이 벙벙하다. 시급성을 내세워 지원을 결정했으면 곧장 집행해야 했다. 그런데 결정만 해놓고 집행은 미뤘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니 미국의 제재 분위기를 물 타려고 인도적 지원 발표를 서둘러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도 변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노무현정부 동북아균형자론을 연상케한 운전자론은 처음부터 신기루였다. 남북한 협상기록을 보면 북한은 한반도 종전(終戰) 관련해선 남한과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운전자가 된 대한민국호(號)에 아무도 탑승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중간고사가 끝나면 문재인정부는 자유한국당을 더욱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사정(司正) 한파가 몰아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상되는 11~12월말이 지나면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드러나면서 ‘과거사 캐기’에 대한 회의(懷疑)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추석 연휴가 끼어있는 10월부터 학점(學點)관리를 제대로 못할 경우 학사경고의 위험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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