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벨트 축바퀴 ‘풀리’ 주력…신공법으로 생산비 30% 절감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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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0 07:51  |  수정 2017-10-10 07:56  |  발행일 2017-10-10 제17면
■ 신성헤라&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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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헤라&레이저에서 풀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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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에 위치한 신성헤라&레이저의 풀리사업부 공장 전경. <신성헤라&레이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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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헤라&레이저의 주력 제품으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로프나 벨트를 걸 수 있게 만든 축바퀴인 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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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닝은 ‘시보리’로 불리는 금속판을 원형으로 자른 후 선반 틀에 고정해 고속으로 회전시키면서 둥근 모양을 만드는 기술로, 신성헤라&레이저는 이 기술을 응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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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션풀리는 자동차, 엘리베이터, 각종 농기계 등에 주로 사용된다.


신성헤라&레이저는 1993년에 설립된 헤라시보리(스피닝), 레이저커팅, 밴딩, 절곡 가공 전문기업이다. 현재 대구 제3산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내실을 키운 업체다. 지금도 공정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지속적인 개발·투자 노력 결실
최근엔 제품 경량화에 주력 중
동남아·日 농기계 업체와 교류
다음달엔 3개 전시회 참여
해외 바이어들과 교류 예정


◆끊임없는 R&D 투자

신성헤라&레이저는 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로프나 벨트를 걸 수 있게 만든 축바퀴인 풀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신성헤라&레이저에서 생산하는 텐션풀리는 기기들이 점점 콤팩트해짐에 따라 자칫 줄어들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축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면 전달되는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텐션풀리가 힘을 전달하는 로프나 벨트를 눌러서 힘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 엘리베이터, 각종 농기계에 많이 사용된다.

신성헤라&레이저는 대구 북구 노원동에서 시작했다. 사업은 성장세를 거듭했고 덕분에 거의 1년마다 공장을 옮겨 다닐 정도였다. 이렇듯 끊임없는 성장세의 바탕에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투자가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기술 개발로 원자재의 사용량을 절감하거나 공장 운영을 그만두는 방법밖에 없었다. 우원식 대표도 한때 공장 운영 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가족과 자신을 믿고 일해온 직원들을 생각하면 쉽게 공장 문을 닫을 수 없었다. 어렵더라도 기술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기업에 닥친 위기의 순간에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당시엔 완성된 부품의 크기와 동일한 크기의 원자재를 깎아서 만드는 공법이 흔하게 사용됐다. 우 대표는 “재료 값이 상승하니까 쓰고 남는 재료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최대한 남는 재료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현재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성헤라&레이저에서 개발한 기술은 일종의 스피닝 공법을 활용한 것으로, 제품 생산 비용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스피닝은 ‘시보리’라고 불리는 금속판을 원형으로 자른 후 선반 틀에 고정해 고속으로 회전시키면서 금속봉인 헤라로 둥근 모양을 만드는 기술이다. 재료를 녹여 만드는 주물방식과 비교하면 내구성이 뛰어나며 제작시간은 단축된다. 이에 따라 가격도 30% 이상 저렴해진다는 것이 우 대표의 설명이다. 또 사출이나 프레스 금형으로 대응하기 힘든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한 기술이다.

기술 개발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우 대표는 과로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는 “회사는 기본이고 집 안 거실에서도, 해외 바이어를 만나러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항상 도면을 끼고 살았다”며 “꿈에서도 제품을 만들고 도면을 그리곤 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에는 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1년씩 걸리던 개발 과정이 지금은 한 달, 일주일로 줄어들었다. 우 대표는 “초반 개발과정에서 겪었던 실패들이 데이터로 축적되다보니 갈수록 새로운 제품의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최근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제품이 주목받고 있어서 제품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에 개발한 것은 홈이 2개 파인 풀리다. 과거엔 홈 2개를 만들기 위해 풀리 2개를 용접했다. 이제는 용접없이 제품을 만들어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텐션풀리의 경우 동력을 전달하는 로프에 열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열 발생을 줄이는 가공법도 개발해 농기계 업체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아

우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풀리 개발 초기에는 기존의 풀리 제작과 다른 제작 방식이어서 국내 고객사들이 쉽게 신뢰하지 않았지만,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젠 해외시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전시회 등을 통해 동남아시아, 일본의 농기계 생산 업체와 인연을 맺은 신성헤라&레이저는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신성헤라&레이저는 11월15일부터 열리는 대구국제기계산업대전을 포함해 다음 달에만 3개의 전시회에 참여, 해외 바이어들과 교류할 예정이다.

앞으로 신성헤라&레이저는 공정개선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 대표는 공정 자동화를 추진 중에 있다. 우 대표는 “청년들이 스피닝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적어 상대적으로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현재 직원들이 좀 더 편하기 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방문한 신성헤라&레이저의 공장 안에는 중고 기기가 각종 실험을 거쳐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우 대표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제품공정지원과제를 받아 기기 자동화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공정 자동화가 진척되면 사회에서 소외받는 노년층이나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취업기회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하는 것이 없다면 기업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다”며 “개발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매몰비용이 발생하나 결국엔 실패담이 노하우, 기술력이 된다”고 전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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