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재 산책 - 녹태] 벌에 쏘여 부어오른 얼굴에 녹색이끼 붙이자 말끔히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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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0 08:06  |  수정 2017-10-10 08:06  |  발행일 2017-10-10 제21면
[박종현 원장의 약재 산책 - 녹태] 벌에 쏘여 부어오른 얼굴에 녹색이끼 붙이자 말끔히 나아

녹태는 초록색 이끼다. 이끼류는 물에서 육지로 진화해가는 중간단계로 최초로 육상생활에 적응한 식물군이다. 습기가 많은 음지에 주로 서식한다. 녹태로 초록색 종이를 만들어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방에서는 종류에 따라 취태(翠苔), 청태(靑苔), 석태(石苔) 등으로 부르며 약용한다. 약성은 차며 맛은 달다. 옛날 명의들은 약초를 직접 복용하거나 동물들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효능을 파악했다. 명의 녹백은 벌에 쏘인 고양이가 지붕 위로 올라가 기왓장에 붙은 와송을 뜯어먹는 모습을 종종 보아왔다. 미루어 와송의 약효를 짐작했다.

하루는 녹백이 마당에서 쉬는데 거미줄에 큰 벌이 걸렸다. 발버둥치는 벌에게 거미가 다가갔다. 벌을 거미줄로 감으려는 순간 오히려 벌이 거미에게 벌침을 쏘았다. 거미는 배가 부어올라 괴로워하면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 바닥에 난 이끼 위를 몇 번 구르면서 빨아먹는 듯하더니 부기가 빠지면서 회복되었다. 거미는 다시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 벌을 제압했다.

녹백의 옆집에 ‘원숙’이라는 여인이 살았다. 어느날 원숙의 비명소리가 들려 뛰어가 보았다. 원숙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울고 있었다. 뜰을 거닐다 얼굴을 벌에 쏘인 것이었다. 얼굴 한쪽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한 듯했다. 녹백은 급히 녹색이끼를 뜯어 원숙의 얼굴에 붙여주었다. 며칠 뒤 원숙이 말끔한 얼굴로 찾아왔다.

녹백에게 감사인사를 하면서 어떻게 이끼의 효능을 알았느냐고 물었다. 녹백은 이끼의 서늘한 성분이 벌독의 뜨거운 성질을 식혀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미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녹태는 해독작용과 함께 종기를 없애주고 부종을 빠지게 한다. 가슴과 배가 화끈거리며 답답한 것을 치료한다. <제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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