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름다움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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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2 08:11  |  수정 2017-10-12 08:11  |  발행일 2017-10-12 제25면
[문화산책] 아름다움의 씨앗

미국에는 ‘올 스테이트(All State)’라는 청소년오케스트라 과정이 있다. 레저널(Regional), 즉 매년 오디션으로 지역에서 최고 연주자들을 뽑아 만든 연주 프로그램에서 특별히 잘하는 학생을 뽑아 올 스테이트를 구성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주 단위로 운영하는 과정이고 1년에 한번 연주를 한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악기를 전공하는 대학 진학이 목표가 아니다. 그들 중 많은 학생이 하버드를 포함한 유명한 대학의 다른 학과에 진학한다. 그들에게 음악은 전공이 아니라 취미 활동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대학이 프로에 가까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을 가지고 있다.

이런 환경은 다양한 인성교육을 목표로 하는 미국 교육제도에 기인한다. 미국 학생들은 보통 예체능을 기본적으로 2가지를 선택한다. 이른바 전인 교육을 위해서다. 학생들은 공부만이 아니라, 꿈을 찾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 교육의 다른 점이다. 한국의 교육은 오로지 입시에 매몰되어 있다. 그런 제도가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학생들은 전공을 선택하는 시간이 매우 늦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경험해온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취미 과목과 일반 과목의 공부를 병행하면서 진로를 결정한다. 그래서 선택의 폭이 넓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전공은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의 발전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질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한다. 보통 입시를 위해 제 실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1~2곡을 선택하고 연습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 좀 더 완벽한 기술력을 갖는다. 그들에게 다양한 연주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1~2곡에 대한 연주 능력은 매우 높다. 그리고 하나의 수준이 높아지니 다른 곡도 수준이 높아져 적은 투자로 성취할 수 있다.

이런 경향으로 미국 학생은 진로 선택 후 전공의 깊이를 더해 가고, 한국 학생은 대학 입학 후 다양성을 축적해 간다. 얼핏 듣기에 굉장히 다르게 느껴지지만 그들의 도착점은 같다. 다양성을 가지고 질을 높일 것인지, 하나의 질을 높이면서 다양하게 만들어 갈 것인지 다를 뿐이다. 어느 길이 지름길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어떤 분야에서도 다양성과 깊이를 함께 가지고 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연주자는 수준 높은 음악을 다양하게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관객은 다양하면서도 수준 높은 연주에서만 감동한다. 아름다움의 씨앗은 감동의 이슬을 먹어야만 싹틀 수 있고, 감동은 다양성과 깊이에서 우러나기 때문이다. 김민희 <플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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