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한라봉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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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4   |  발행일 2017-10-14 제23면   |  수정 2017-10-14

제주 특산품으로 꼭지 부분이 불룩하며 독특하고 강한 향과 높은 당도를 내는 아열대 과일이 한라봉이다. 만감(滿柑)류 가운데 독보적 존재로 고급 감귤의 대표주자다. 1972년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 감귤부에서 교배해 육성한 교잡종 감귤의 품종명이다. 청견과 폰캉의 교잡종으로 1984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에는 1990년을 전후해 도입됐다. 일본의 품종명은 부지화(不知火)다. 이 가운데 당도·색채 등 품질이 우수한 상품은 데코폰이라는 특화된 상표로 유통된다. 한라봉은 이 품종이 제주도에서 재배되면서 한라산을 닮았다고 해서 새롭게 명명된 것이다.

이 한라봉을 포항시가 내년부터 기존 사과와 부추 등 포항 특산품의 대체작물로 본격 재배에 나서겠다고 밝혀 관심이다. 시가 한라봉 재배에 나서게 된 것은 주산지인 제주보다 이점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항은 연간 일조 시수가 2천200시간으로, 1천800시간인 제주보다 400시간이나 더 길어 고당도 고품질인 한라봉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유통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단위면적당 농가소득도 포항은 10a에 720만4천원으로, 제주도(698만6천원)와 비교하면 21만8천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포항은 지열이 널리 분포해 재배농가에서 이를 활용하면 난방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포항 출신으로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전문 강사를 초빙해 지역 재배농가에 기술을 직접 전수하기로 해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한라봉 재배농가의 북상은 포항만이 아니다. 전남 나주시와 전북 완주군이 몇년 전부터 한라봉을 대체작물로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나주시는 현재 59농가에 재배면적만 21㏊에 이르고 있으며, 생산자단체를 구성하는 등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완주군도 17농가 4㏊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도 비가 잦은 제주보다 연간 일조시간이 많을 뿐 아니라 항공 또는 선박수송이 불가피한 제주와 달리 유통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의 한라봉 재배·보급 추진이 대체 작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묘목을 심은 후 첫 수확이 이뤄지기까지 3년이 걸린다는 포항산 한라봉은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한라봉의 이름도 영일(迎日)봉으로 바꾸면 어떨까.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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