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비문학 지문 유감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10-16 07:44  |  수정 2017-10-16 07:44  |  발행일 2017-10-16 제15면
[행복한 교육] 비문학 지문 유감

수능 비문학은 화법, 작문, 문법, 문학, 독서 중 독서 영역을 가리키는 말로, 중학교에서 배우는 설명하는 글과 주장하는 글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문학은 내용상 인문, 사회, 기술, 과학, 언어, 예술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비문학을 통해 학생들은 낯선 글을 읽고 글의 내용과 중심 생각을 파악하는 힘을 익히게 된다. 정보 습득 및 분석 능력과 읽기를 좋아하는 태도는 지식 정보화 사회와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비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문 길이도 길어졌고, 내용이 어려워 독해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영상 매체에 익숙한 학생들의 독서량이 적어 예전보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것도 큰 요인이지만 그보다 더 괘씸한 이유가 있다. 요즘 비문학 지문은 국어 교사조차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넋두리가 나오고 있다. 어디 대놓고 말하지도 못하지만 속내는 비슷비슷하다. 국어 선생님조차 내용 파악이 잘 안 되는 지문이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비문학 지문이 어렵다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이 된다. 첫째, 너무 전문적인 영역의 내용이 나온다는 말이고 둘째, 자기도 뭔 소리 하는지 모르는 아주 잘못 쓴 글이 나온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지문이나 전문 경제 용어로 가득한 경제학 지문이 있다고 치자. 혼자서 이해가 안 되면 국어 교사들은 과학 선생님이나 경제 선생님을 찾아가 개별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담당 교과 선생님조차도 난감해하는 내용들이 제법 있다. ‘그런 전문적인 것도 읽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묻는 분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국어 독해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런 글을 읽을 필요는 없다. 비문학의 독해력은 물리 지식 유무를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려운 지식은 분명 있다. 하지만 글은 어려운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세계적 석학들이 쓴 글을 읽어보라. 그들은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글을 어렵게 쓰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풍부하게 사례를 제시해 쏙쏙 이해가 되게끔 쓴다. 전문 학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면 그 학문을 공부할 때 읽어주면 된다. 고3 비문학 지문으로 읽힐 필요까지는 없다.

물론 원래 글이 비문학 지문과 다른 경우가 많다. 글쓴이는 최대한 논리적으로 쉽게 써 놓았는데 문제용으로 바뀌면서 글에 변형이 들어간다. 원래 글에 있던 사례 부분을 생략한다거나 주어를 대명사로 바꾸어 놓아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일차적 읽기를 방해하는 것이다. 왜? 성적 차이를 내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 최상위권이야 그럭저럭 읽어내고 있지만 중위권 이하 학생들의 읽기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도가 확연히 떨어지게 된다.

독서 교육의 목표는 읽기의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읽기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비문학 지문이 지저분하게 비틀리면 읽기의 즐거움은커녕 자신감만 빼앗게 된다. 읽어도 모르니 당연히 읽기를 싫어하고 스스로를 난독증 환자로 부르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평생 가까이해야 할 책과 멀어지게 하였으니 요즘 비문학 지문에 대해 유감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