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직접민주주의인가, 여론몰이인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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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6   |  발행일 2017-10-16 제30면   |  수정 2017-10-16
헌재소장대행 자격시비에
응원글이 실검순위 1위로
野 “조직적 여론선동” 주장
촛불민심 편승한 국정운영
상황과 때 가려서 할 필요
[송국건정치칼럼] 직접민주주의인가, 여론몰이인가

토요일인 그제(14일) 오후 한때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힘내세요 김이수’가 올랐다. 2위는 ‘김이수’였다. 그날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도 ‘힘내세요 김이수’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김이수’는 헌법재판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던 그를 신임 헌재소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언론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좌편향’ 논란이 일어났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부결됐다. 청와대는 새로운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는 방법으로 김이수 소장 대행 체제를 그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9월까지 끌고가는 길을 택했다.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지명할 수 있는데, 현임 재판관 8명 중에서 김이수 대행 외에는 문재인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없는 속사정 때문이란 게 야권의 분석이다. 그런 까닭에 야3당은 김이수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주 금요일(13일) 국회 법사위의 헌재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다.

이 상황까지는 여야가 흔하게 벌이는 정치공방, 기세싸움이었다. 네티즌들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헌재소장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문 대통령은 토요일 오후 2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모를 당한 김 권한대행께 대통령으로서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지금 현재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것이며, 이에 대해 대통령과 국회는 인정한다, 안한다 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정리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들이 결정하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국회에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는 데도, 새로 대행을 임명하지 않아 선임 재판관인 김 대행이 관례대로 계속 맡도록 만들었다는 야당의 비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럼에도 SNS에서 야당의 주장은 묻혔다. 문 대통령의 ‘수모’ ‘정중하게 사과’ 언급 이후 ‘힘내세요 김이수’가 온라인을 달궜다.

사실 헌재소장 권한대행 자격을 둘러싼 시비 정도의 정치 이슈가 온라인에서 실시간 검색어 1, 2위에 오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야당은 ‘여론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례적인 대통령의 격려 글이 나온 즉시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SNS 계정에 ‘힘내세요 김이수’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만들자고 선동했고, ‘얼마나 1위가 지속되는지 보겠다’며 지속적으로 여론 왜곡을 했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문재인정부를 뒷받침한다는 사이버부대 ‘달빛기사단’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꼬는 논평도 나왔다. 이런 논란을 보며 지난 8월20일 취임 100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 ‘직접민주주의론’이 떠오른다. 정치가 잘못할 땐 직접 촛불을 들거나 댓글을 통해서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고, 그것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그 이전에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심사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청와대는 “민심은 청문회를 통과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물론 대의민주제의 부족한 공백을 직접민주제의 순기능을 찾아 메움으로써 민주주의를 완성해 나가려는 시도는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야당이 순순히 따라와 주지 않는다고 자꾸 장외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우호여론을 형성해서 밀어붙이는 방식만 고수하면 국정운영 능력이 금방 바닥 난다. 촛불민심에 힘을 보탠 일반시민이 자신들의 열정과 참여정신이 독선적 국정운영에 명분이 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는 순간이 온다면 어찌될까. 성숙한 시민의식은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린 촛불민심에서 다시 확인됐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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