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새로운 대한민국 .1] 30년 만의 개헌 논의, 어디까지 왔나(하)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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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  발행일 2017-10-17 제3면   |  수정 2017-10-17
개헌특위 62개 쟁점 중 ‘공감’ 절반…지방세 조례주의 찬반 팽팽
20171017
국회 개헌특위가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한 ‘국민 자유발언대-개헌 나도 한마디’ 부스. 개헌특위는 자유발언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헌과 관련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改憲)이 조금씩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국회는 최근 구체적 개헌 일정과 함께 로드맵을 제시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실제 개헌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권의 ‘개헌 발목잡기’도 그 중 하나다. 개헌 관련 주요 쟁점을 두고 찬반이 갈리는 부분이 적지않아 국회가 약속한 기한 내에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국회 개헌 논의에서 공통된 의견 도출을 못하고 있는 쟁점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짚어봤다.

◆‘찬반’ 나뉜 개헌 쟁점은?

이번 개헌의 초점은 바로 분권(分權)에 맞춰져 있다. ‘87년 체제(헌법)’를 넘어 보다 심화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권력구조 개선이든 지방분권이든 결국 누군가는 권력을 내려놓거나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현행 헌법과 중앙집권적 국가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국회의원이나 수도권에선 분권형 개헌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하던 개헌 논의가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개헌 주요 의제 중 20개 가까운 쟁점에 대한 특위 위원들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내년 2월까지 개헌案 마련 등
구체적인 로드맵 내놨지만…
국회 논의 과정 쉽지 않을 듯

양원제·정부형태·권력구조 등
여야 위원 15개 쟁점 의견차 커



16일 국회의 ‘헌법개정 주요 의제’ 자료집에 따르면, 총 11개 분야 62개 항목의 개헌 쟁점 중 특위 위원 다수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쟁점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15개 쟁점은 찬반 양론이 뚜렷하다. 나머지 쟁점들도 위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완전히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다.

자료집을 분석해본 결과, ‘지방분권’ 분야에서 찬반 의견이 나뉘는 대표적인 쟁점은 바로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여부다. 현행 헌법의 경우 법률의 근거없이 세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조세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를 지방세에 대해서는 예외를 둬 조례로 부과·징수할 수 있게 하느냐의 여부가 쟁점이다.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쪽의 논거는 지역실정에 맞는 세원 발굴로 주민복지 향상 및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지자체의 자주재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지방분권 이념에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쪽은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논거를 들고 있다.

‘입법부 기능 및 책임성 제고’ 분야와 관련해선 국회 상하 양원제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린다. 도입 찬성 쪽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 통일시대 대비를 위해 양원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대 쪽은 현재의 단원제가 보다 신속하고 능률적인 의안 심의가 가능하고, 양원 운영에 따른 비용증대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해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중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19개국, 단원제를 채택한 나라는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16개국이었다.

헌법상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폐지에 대해서도 특위 위원 간 찬반 의견이 나뉜다.

‘기본권 신설’ 분야에선 생명권과 망명권, 사상의 자유 신설 여부를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 정부형태,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등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가 있어, 공통된 의견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 개헌’ 실현까지는 가시밭길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2월까지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내년 3월에 개헌안을 발의하고, 5월24일까지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친다는 개헌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개헌특위는 오는 20일 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자문안을 만들기로 했다. 개헌특위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인 다음 달부터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음 달 중 기초소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개헌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처럼 국회가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내놨지만 ‘지방분권형 개헌’이 실현되기까지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정치권의 ‘개헌 발목잡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최근 돌출 발언으로 개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홍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개헌을 지방선거에 덧붙여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고,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일정을 가져가야 한다”며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자신의 공약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발언으로, 홍 대표가 표면적으로는 ‘개헌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당리당략에 의한 주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방분권운동 관련 단체들은 “30년 만의 개헌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초당적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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