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믿음 없다” 불공정성 부각…피해자로 국면 전환 노린듯

  • 권혁식
  • |
  • 입력 2017-10-17   |  발행일 2017-10-17 제4면   |  수정 2017-10-17
朴 전 대통령 “정치보복” 발언 배경은?
재판부 불신 넘어 文정권 겨냥
유죄 판결 수용 어렵다는 입장
“역사적 멍에·책임 지고 갈 것”
보수 지도자 위상회복도 시도
20171017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법정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재판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피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재판이 ‘정치보복’이라는 인식을 드러내 문재인 정권을 겨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자신의 80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는 “이제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해, 재판부의 ‘공정’ 위상을 통째 흔들었다. 그러면서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 의사를 전해왔다”고 덧붙여 변호인단 사임이 사전에 본인의 동의 하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고 변호인단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것은 국민 여론을 상대로 자신의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 정권과 관련된 정치보복의 일환임을 국민 여론에 호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면에는 ‘이런 방식으로 1심 재판이 계속되면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날 발언은 설사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선선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내비친 셈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전적으로 거부할 뜻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면서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변호인단의 법리적 조력으로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국민 여론의 힘을 빌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한때 보수권을 대표하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위상 회복도 시도했다. 그는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면서 “모든 책임을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평소 국민 여론과 지지 여부에 정치적 생사를 걸었던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던져졌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