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 ② 가족운동 정착 방안은?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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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07:45  |  수정 2017-10-17 07:45  |  발행일 2017-10-17 제12면
“조손간 실직적 교류확대”…다른 기념일과 차별성 마련해야
[경북도

경북도는 조부모 중심의 가족공동체 회복을 위해 2014년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손주가 부모와 함께 할매할배를 찾아가는 날로 운영하고 있다. ‘할매할배데이’란 슬로건으로 세대 간 만남을 통해 의식·문화 등을 소통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격대 교육의 현장을 만든 것이다. 2014년 조례를 제정한 이래 2015년 대구·경북공동협력 MOU 체결 등 각종 기관 및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교육부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에 할매할배의 날을 우수사례로 반영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도는 이를 바탕으로 할매할배의 날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국가기념일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부처에 국가기념일 지정을 공식 건의했을 뿐만 아니라 생활 속 가족운동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사 기념일 어떤 날들 있나

경북도가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난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할매할배의 날과 유사한 성격의 기념일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날, 세계 가정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가족과 연관있는 기념일이다.

매년 10월2일로 지정된 노인의 날은 국가적 차원의 노인대책을 마련할 목적으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9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5차 유엔총회에서 10월1일을 ‘국제노인의 날’로 의결했고,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세계노인총회’를 개최해 각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을 촉구했다. 국내에서는 노인의 날을 제정하기 이전인 1982년 5월8일 경로헌장을 선포하기도 했으며, 현재 노인의 날은 1997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경로의 달과 함께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5월8일 어버이날은 현재 가장 잘 지켜지고 있다. 카네이션으로 상징되는 감사의 마음을 부모와 조부모에게 전달하고, 효자와 효부로 선발된 사람에게 ‘효자·효부상’을 주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어버이 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입법발의하기도 했다.

세계 가정의 날은 유엔에서 제정한 날이다. 1989년 제44차 UN총회에서 매년 5월15일을 세계 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 of Families)로 제정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지는 않았다. 부부의 날은 가정에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1995년 순수 민간운동으로 시작돼 2003년 국회에서 통과됐고, 2007년 대통령령에 의해 선포되면서 법정기념일이 됐다. 부부의 날은 매년 5월21일에 개최되는데 가정의 달인 5월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할매할배의 날 차별성 부각

이런 기념일이 있는 상황에서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할매할배의 날은 비슷한 명칭의 기념일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경북도가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한 것은 세대 간 교류단절과 고립 등 가족공동체 해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손자녀와 조부모가 실질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북돋우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기념일 지정을 통해 세대 간 관계를 정상화해 가족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인의 날과 달리 할매할배의 날은 노인과 손자녀의 세대 간 실질적인 교류가 전제돼 있다. 조부모 가정 방문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적인 명분과 분위기를 조성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할매할배의 날은 손자녀가 조부모를 방문함으로써 노인의 삶의 지혜와 손자녀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는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다소 추상적인 노인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을 실제적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할매할배의 날의 실천 방법이다. 권용신 경북행복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노인의 날은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날”이라면서 “그러나 국민의 실질적인 관심사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관련 단체 위주의 행사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할매할배의 날은 세계가정의 날이나 부부의 날과도 다르다. 이들 두 기념일은 공통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핵가족화에 대한 부부간이나 개별 가정 차원의 대응인 셈이다. 할매할배의 날도 큰 의미에서는 가족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할매할배의 날은 핵가족을 넘어 세대 간 교류에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노인과 가족문제를 가정내에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교류, 즉 대가족 제도의 장점을 통해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강점이 있다.

‘할매할배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타당성 연구’에 참여한 엄기욱 군산대 교수는 “기존 기념일에서 노인은 대우받고 대접받는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면서 “그렇지만 할매할배의 날에서는 노인이 손자녀에게 삶의 경험, 지혜, 사랑을 베푸는 등 가족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적극적인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경북도 복지건강국장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노인 중에서도 젊은 노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결국 세대 간 교류는 갈수록 부족해질 인력의 지속적인 확충과 함께 노인복지와 관련된 예산의 급격한 증가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조부모의 날로 기념

‘조부모의 날(Grandparents Day)’을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나라는 폴란드다. 조부모의 날이라는 명칭을 처음 쓴 나라는 미국이다. 호주·일본·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조부모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고, 조부모, 성인 자녀, 손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각종 행사나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노인의 날과 조부모의 날 운영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두 날 모두 운영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하나만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UN총회에서 정한 ‘세계 노인의 날(10월1일)’을 시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독일·일본·이탈리아·싱가포르·파키스탄·남수단·네팔·방글라데시·우크라이나·네덜란드·모잠비크·중국·루마니아·카자흐스탄·과테말라·터키·그리스·인도네시아 등 19개국이다.

조부모의 날은 국가나 주별로 조금씩 그 운영 여부나 특징 등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노인세대와 손자녀세대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날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홍콩·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효 제고의 날’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1년에 하루(주로 일요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은 9월 노동절 다음에 있는 첫 일요일이며, 호주는 10월 마지막 일요일, 영국은 10월 첫째 일요일이다. 일요일에 지정했으므로 별도의 공휴일은 제공하지 않는다. 또 9월이나 10월 등 가을에 기념일을 제정하고 있다. 미국은 조부모의 날을 9월에 정한 이유로 9월이 인생의 가을을 의미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조부모의 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는 대중에게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별도의 전담기관을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매년 조부모의 날을 선언하고 있다. 또 호주나 영국은 조부모나 노인이 지역사회와 가족에 기여한 공을 기념한다는 제정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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