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스토리가 있는 청도로… .2] 웃음의 고장 청도의 상징 '한국코미디타운'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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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  발행일 2017-10-17 제13면   |  수정 2017-10-17
구봉서부터 유재석까지…한국 코미디 100년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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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이서면 양원리에는 ‘웃음의 고장 청도’를 상징하는 한국코미디타운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코미디의 역사와 발전상을 한눈에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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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미디타운 정원에는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구봉서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구봉서 동상의 손등을 만지면 복을 받고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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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광대 행렬’ 전광판에서는 각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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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체험관 내 ‘몸개그 훈련소’의 모습.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 비틀거리면서 걸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웃기는 상황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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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석 규모의 대공연장은 코미디 공연과 어린이 인형극을 비롯해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청도군 이서면 양원리에는 ‘웃음의 고장 청도’를 상징하는 한국코미디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코미디타운은 우리나라 코미디 역사 100여년을 재조명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재담, 만담, 악극 및 방송 코미디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9천600여㎡ 부지에 자리한 3층 규모의 한국코미디타운 건물 내부에는 대공연장과 코미디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코미디의 역사와 발전상을 한눈에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올 5월 이서면 양원리 부지에 문열어
사라져가는 코미디 자료 체계적 보존
대공연장엔 유명 개그맨 공연 선보여
체험관선 방송·영화자료 관람도 가능

한국 코미디 산증인 김웅래 초대 촌장
40년 인연 전유성 권유로 청도서 새삶


#1.거꾸로 서서 세상을 보다

한국코미디타운 입구에 들어서면 빨간 코에 콧수염을 기른 채 물구나무를 서서 앞을 응시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조형물이 보인다. ‘꼭두’라는 이름의 이 조형물은 ‘인생사 허깨비 놀음’이라는 우리 조상의 해학이 깃든 전통 인형으로 한국코미디타운의 상징이다. 꼭두가 거꾸로 서 있는 이유는 ‘바로 보면 안보이는 재밌는 세상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꼭두의 환영을 받은 후 인근의 잔디정원으로 시선을 돌리면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구봉서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1970~80년대를 풍미한 희극배우 구봉서는 ‘웃으면 복이 와요’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열연을 펼치며 국민 코미디언으로 각인된 인물이다. 구봉서 동상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지팡이를 짚고서는 앞을 응시하고 있다. 동상 옆 안내판에 적힌 ‘구봉서 선생님 손등을 만지면 복도 받고 웃을 일도 생깁니다’라는 문구가 왠지 기분좋게 읽힌다.

이밖에도 건물 입구에는 구두닦이 꼭두와 기둥 뒤에서 몰래 사진을 찍는 꼭두 등 익살스러운 조형물들이 곳곳에 자리해 방문객들의 궁금증과 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인기 방송인 유재석 캐릭터를 비롯해 어린이 놀이터 등 다양한 조형물과 시설이 한국코미디타운 건물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2.코미디 역사를 보고 듣고 체험하다

한국코미디타운 1층에 자리한 170석 규모의 대공연장은 매표소에서부터 웃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매표소 위 벽면에는 강호동, 김국진, 정종철 등 유명 개그맨들의 캐리커처가 한데 모여 있다. 이밖에도 건물 곳곳이 ‘유머 코드’로 무장돼 있다. 대공연장 입구 옆에는 ‘낙서유머’라는 이름의 노란색 벽면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닭에게 소금을 먹였더니 계란이 짭짤하더라’는 식의 장난기 가득한 농담들이 적혀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대공연장 출구 벽면에는 희극배우들이 출연한 영화포스터가 줄지어 붙어 있다. 심형래 주연의 ‘영구와 땡칠이’, 배삼룡과 구봉서, 서영춘 등이 출연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등의 옛 코미디 영화 포스터들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추억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대공연장은 코미디 공연과 어린이 인형극을 비롯해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제대로 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음향과 조명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청도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공연장에서는 서울의 유명 개그맨들이 직접 선보이는 공연을 즐길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TV에서만 보던 개그맨들을 청도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 관람객들이 입소문을 퍼뜨리면서 주말에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문전성시다. 보통 금·토·일요일 등 주말에 공연이 집중돼 있으며, 때에 따라 평일 공연도 이뤄진다.

한국코미디타운 3층에는 코미디타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코미디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다. 5개 공간으로 이뤄진 코미디체험관에서는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옛 코미디 TV프로그램과 공연 자료가 총망라 돼 있다.

체험관의 첫 코스인 ‘古GO! 코미디 원류’ 공간에 들어서면 청도의 상징인 소 캐릭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청도의 지역정체성이 담긴 소 캐릭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다. 이후 복도를 지나면 고대 그리스의 희극 시인 아리스토파네스가 익살스러운 모습의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희극의 기원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등장하는 ‘웃음광대 행렬’ 전광판에서는 각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들을 볼 수 있다. 행렬에는 남철, 송해, 이주일, 남보원 등 1960~70년대 코미디언에서부터 유재석, 신동엽 등 최근 세대에게 익숙한 코미디언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어지는 ‘응답하라 7080’ 코스에서는 1950~60년대 우리나라 코미디 역사를 엿볼 수 있다. TV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이전 민중들을 웃겼던 만담 등을 직접 들을 수 있다. 또한 직접 만담을 체험할 수 있는 ‘원맨쇼의 1인자’ 부스도 인기다. 가발 등의 소품을 사용해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어, 마치 자신이 코미디언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각종 게임도 즐길 수 있는데, 어린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코미디 휴게실’에서는 코미디 관련 방송·영화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김희갑, 구봉서 등이 출연하는 옛 코미디 영화를 비롯해 1980~9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의 콩트 등을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신세대에게는 우리나라 코미디 발전사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몸개그 훈련소’에서는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체험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 비틀거리면서 걸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웃기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한 코믹 디지털 분장 체험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재밌게 꾸밀 수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체험관 마지막 코스인 ‘코미디 라키비움’에서는 1960~90년대 한국 TV 코미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웃으면 복이 와요(1960년대), 살짜기 웃어예(1970년대), 유머 1번지(1980년대) 등 당대를 대표하던 코미디 TV프로그램들의 연표가 전시돼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코미디 방송 제작의 애환도 엿볼 수 있다. 방송국의 프로듀서와 코미디언들의 유머 공장 격인 아이디어 회의실을 재현해 놓아 희극 배우와 코미디 제작자들의 노고를 기리고 있다. 코미디체험관을 둘러본 후 2층에 자리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데 주변 경치가 좋다. 이서면 일원의 너른 들녘과 인근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2층에는 기획전시가 열리는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전시 테마가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3.한국 코미디의 산증인

한국코미디타운을 소개하면서 초대 촌장 김웅래씨를 빼놓을 수 없다. 김 촌장은 코미디 프로듀서로 30여 년 동안 KBS에서 근무한 한국 코미디계의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유머 1번지’ 등 1980년대를 풍미했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촌장은 방송국 퇴직 후 서울지역 한 대학의 방송연예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코미디언 전유성씨와의 인연을 계기로 청도에서 새 삶을 꾸려가고 있다. 김 촌장이 신입 프로듀서였을 때 전유성 또한 신인 연기자였고, 두 사람의 인연은 40년이 다 됐다. 청도에서 철가방극장을 운영하던 전유성의 권유로 한국코미디타운 촌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김 촌장 역시 과거 철가방극장 배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등 청도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큰 고민없이 촌장직을 수락했다.

한국코미디타운의 전시물 상당수는 김 촌장이 평생 동안 모은 코미디 관련 자료를 기증받은 것이다. 만담 LP판, 영화 포스터, 영상자료를 비롯해 코미디 관련 서적까지 코미디에 대한 김 촌장의 열정이 담긴 전시물이 많다. 지금도 한국코미디박물관에 가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 촌장을 만날 수 있다. 김 촌장은 “청도 한국코미디타운을 찾는 모든 분들이 즐거우셨으면 한다. 웃음이야말로 최고의 명약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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