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강효상의 筆鋒(필봉)과 洪(홍)비어천가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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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  발행일 2017-10-17 제30면   |  수정 2017-10-17
[취재수첩] 강효상의 筆鋒(필봉)과 洪(홍)비어천가

자유한국당 대변인 강효상 의원의 논평은 날카롭다. 보수우파 정당의 주포(主砲)로서 종횡무진하며, 좌파정권의 공세를 막아내고 빈틈을 공략한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박근혜정부를 겨냥해 ‘세월호 보고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보수진영에선 “또 책잡혔구나”라고 무력감에 빠져들 때 강 의원은 반격 포인트를 찾아냈다. 그는 15일 논평에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수신자를 대통령으로 해 보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을 시점까지는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구조적인 시차(時差)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강 의원은 “지난 5월14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임 실장은 오전 5시49분에 위기관리센터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기초 상황을 파악한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6시8분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고 상기했다. 문재인정부도 ‘20분 시차’ 전례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강 의원 추론이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가래’로도 막기 힘든 여권의 세월호 공세를 ‘호미’로 막은 선방(善防)이라 할 만하다.

앞서 추석 연휴 중인 지난 3일 논평에선 “대(對)국민 쇼를 한다”고 문 대통령의 행보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대통령이) 느닷없이 수제비를 먹으러 가서 사진쇼를 벌이는가 하면, 한가로이 시낭송을 하고 일일 교통안내원으로 출연까지 했다”면서 “지금 대통령이 깜짝쇼나 할 만큼 대한민국이 그리 평안한가”라고 힐난했다. 일반 국민들은 ‘대통령이 격의 없이 국민과 잘 어울린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을 그는 “대통령은 시 읽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교통안내 해 달라고 국민들이 뽑은 것도 아니다”면서 예리하게 하자를 찾아내 비판한 것이다.

사법부도 그의 칼날 앞에선 예외가 아니다.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사법부에 조종이 울렸다’는 제하의 논평을 내고 “사법부가 정권의 앞잡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버린 것으로 참으로 참담한 사태”라고 성토했다.

이런 무적의 칼잡이도 가끔 한 사람 앞에선 다소 좀 민망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11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홍준표 대표를 향해 ‘영감님’이라 지칭하며 비아냥댄 걸 비판하는 논평에서 유 의원을 깔아뭉개는 만큼 홍 대표를 치켜세웠다. 그는 “홍 대표는 흙수저·무수저 출신으로 평검사 시절부터 부패척결에 앞장섰고, 보수의 불모지인 서울에서 4선을 한 동력으로 경남도지사와 당 대표에 오른 공정과 개혁의 아이콘”이라며 “오로지 개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주군을 배신한 사람과는 달리 100석이 넘는 보수야당을 이끌 자격이 있는 정치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한 차례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국민 나름대로 맘속에 매긴 점수가 있을 텐데 강 의원의 격찬은 좀 뜨악하다.

강 의원은 대구 출신 비례대표로 후일 대구 지역구 의원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 몇 안 되는 ‘친홍’(親홍준표) 의원이다. 그러나 보수우파의 목소리를 절묘하게 대변하는 공당의 대변인이 지나치게 당 대표를 칭송하는 글을 내보낸다면 행여 ‘홍(洪)비어천가’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권혁식기자<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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