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의 소모적 정쟁에 국민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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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  발행일 2017-10-17 제31면   |  수정 2017-10-17

적폐청산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를 놓고 벌이는 여당과 야당의 소모적 정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치인들이 과거사와 비리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어 문제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간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맞는 국정감사장에서 톤을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선거 민심 조작과 4대강 사업,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사건 보고시간 조작 등 이전 정권의 폐해와 각종 의혹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죄를 묻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 가족 5명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다시 꺼내 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폐를 덮기 위한 졸렬한 물타기이자 막가파식 정쟁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이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자 거대 야당은 신적폐 운운하며 방어막을 치는 형국이다.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의 폐단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은 새 정권 초반이면 으레 있었던 일이다. 이런 사회 정화운동이나 개혁에 따른 문책과 단죄는 어느 정도 용인돼 왔고, 또 새 출발의 시점에서는 그래야 마땅하다. 하지만 문책과 단죄도 정도껏 해야 한다. 더구나 특정 표적을 잡고 보복하는 행태여서는 안된다.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이전의 잘못된 시스템과 폐해를 고치는 방식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사 문제와 특정인의 불법·비리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이 있으면 사법·수사 기관이 제대로 조사해 처벌하도록 맡겨두면 될 것 아닌가. 여·야가 서로의 잘잘못을 다투는 정쟁도 생산적이어야 한다. 이런 과거사나 특정 정치인의 불법·비리 여부를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옥신각신하는 것은 국민의 정치 혐오와 불신만 키울 뿐이다.

작금의 국제 정세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긴박하다. 청년실업과 장기 저성장, 수출 부진 등 국내 사정도 결코 녹록지 않다. 여·야가 서로 힘을 모으고 난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쏟아도 마땅찮을 이런 판국에 당리당략을 위한 소모적인 다툼에만 몰입하다니 한심하다. 정치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른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의 안위와 국가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활동에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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