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댐이 삼킨 고향마을 추억 생생하게 그려

  • 글·사진=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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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8   |  발행일 2017-10-18 제14면   |  수정 2017-10-18
예안면 고통마을 출신 이원길씨
실명 그대로 담아 ‘본심이’ 출간
잊혀져가는 추억담 생생히 표현
안동댐이 삼킨 고향마을 추억 생생하게 그려
안동댐 수몰민 이원길씨가 고향을 떠난 지 40년 만에 고향마을과 고향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본심이’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고향을 그리는 이들의 가슴을 잠시라도 데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976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나이 스물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원길씨(60·대구 동구 신평동)가 당시 고향의 추억과 고향사람 이야기를 엮은 ‘본심이’를 최근 출간했다.

이씨의 고향은 안동댐 최상류인 예안면 귀단리 중에서도 ‘고통마을’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당시 60여 가구가 살았지만 수몰되면서 서울로, 대구로, 안동시내로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피보다 진한 흙을 나눠서 태어난 이웃사촌이었고, 이들에게 수몰된 고향은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엄마 품이었다. 32년 만인 2008년 수몰된 마을 인근에서 100여명의 고향사람이 만나 회포를 풀었다. 이씨의 고향이야기 ‘본심이’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고통마을 사람들은 비록 고향을 떠나 흩어져 살고 있지만 인터넷 카페와 카톡방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추억을 공유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쓴 글을 카페에 올렸다. 여기에 마을 사람의 추억을 추가하고, 어렴풋한 기억은 조언을 구해가며 고향이야기를 쓰는 데 공을 들였다.

책 표제 ‘본심이’는 고향마을 동계수 여울돌 사이에 살던 ‘꾸구리’라는 물고기를 마을사람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이씨는 “용맹하지도, 날렵하지도 않지만 제 울타리 밖을 넘보지 않는 우직한 이 물고기가 고향 사람의 심성을 닮았다”고 했다.

‘본심이’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르신을 비롯해 당시 이웃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잊혀 가는 아름다운 추억담을 담았다. 마치 안동댐이 삼킨 고향마을을 두레박으로 온전히 퍼올리듯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수몰 전 마을 풍경과 고향 사람이 담긴 사진을 함께 실어 이야기에 재미와 실감을 더했다. 고통마을뿐 아니라 타향에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공감과 진한 감동을 주는 이유다.

이씨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사정을 아는 동무 이야기는 두멍이 넘치고, 기억이 가물거리는 이웃의 이야기는 한 중발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의 이야기가 곧 모두의 이야기”라며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잘 벼린 호미로 사라져 가는 고향말을 마음껏 캐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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