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文정부, 트럼프 대북발언 부적절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야”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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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8 08:23  |  수정 2017-10-18 08:23  |  발행일 2017-10-18 제28면
10·4남북정상선언 10주년 특별강연
“한반도전쟁 막는 것이 10·4선언 요지”
대구 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文정부, 트럼프 대북발언 부적절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야”
16일 오후 대구를 찾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0·4남북정상선언 10주년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발언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정부는 김정은-트럼프 간 ‘말폭탄궤도’를 쇠망치로 부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오후 대구변호사회관 강당에서 노무현재단대구경북위원회,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남북평화나눔운동본부 공동 주최로 열린 ‘10·4남북정상선언 10주년 특별강연’에서 다소 거친 말로 쓴소리를 뱉어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청중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강연에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지금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생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미국의 최고 정책결정자가 전쟁이란 말을 꺼내면 태평양이나 괌이 아니라 휴전선에 바로 영향력을 미친다”며 “최근 한강 작가가 뉴욕타임스지에 기고한 것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작가가 할 말이 아니다. 왜 문재인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나. 트럼프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야 옳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와 김정은이 맞짱을 뜨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세계적 지도자 반열에 올려놓았다”며 “트럼프가 오히려 김정은 정권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또 한미공조와 한미일치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무조건 미국만 따라가는 것이 한미일치다. 양국 간 이익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것이 한미공조인데, 지금은 박근혜정부처럼 미국을 따라만 가고 있다. 박 정부는 북한에 큰소리치면서 가만히 있어도 외교안보에서 60% 지지를 얻었는데 새 정부가 지지율 하락 우려 때문에 가만히 있어야 되겠느냐. 1% 전쟁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걸 막아야 하는 게 문재인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유지에 대한 주체적 노력도 주문했다.

“제가 노무현정부 때 NSC 의장을 할 때도 ‘안보의 IMF’라 했다. 문 정부가 6·15와 10·4선언을 계승한 정부라고 선언한 이상 국제정세가 바뀌어도 세상의 이치가 달라질 순 없다”며 “당시 10·4남북정상회담추진위원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을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10·4선언의 참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이 함께 풀어나가며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한 것이 10·4선언의 요지”라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난 발언을 자제시킨 것처럼 트럼프에게 ‘말로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는 것을 아는데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새벽을 만들어가자. 1천만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정부가 촛불의 여망을 등에 업고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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