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친위대와 홍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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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9   |  발행일 2017-10-19 제34면   |  수정 2017-10-19
이명박·박근혜정부와 달리
반민주적인 짓 안 하겠다고
현 정부는 말하지만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방식
비정상적 정치활동 곳곳에
[차명진의 정치풍경] 친위대와 홍위병

히틀러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공식적인 정치조직인 나치당 이외의 특수 조직을 활용했습니다. 일명 SS라 불리는 친위대가 그것인데 내부의 적, 즉 반당분자를 색출하고 숙청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 연이어 폭로되는 것을 보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국정원은 현대판 친위대였습니다. 압력을 넣어 방송프로그램을 폐지시키고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치욕적인 합성사진을 유포하는가 하면 댓글부대를 만들어 야당인사 깎아내리기를 치밀하게 감행했습니다.

현 정부는 이런 반민주적인 짓을 하지 않겠답니다. 적폐청산위원회가 과거 국정원의 만행을 폭로하고 있고 국정원 국내파트를 아예 없애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친위대를 대신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방식의 비정상적인 정치활동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KBS와 MBC 노조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구 여당 몫 이사의 직장과 집으로 몰려다니며 물러나라고 시위를 합니다.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서 해당인사를 조사하고 고발합니다. 공영방송뿐만 아닙니다. 무슨 무슨 언론단체라는 것이 있어서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종편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면 그 내용이 고스란히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심사 결과에 반영됩니다. 정치인들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 인사의 휴대폰이나 SNS 계정에 집중적으로 악성댓글이 달립니다. 일부 언론이 이 난장질을 인용해서 해당 정치인을 조롱하는 기사를 올립니다.

중국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순진한 학생들을 조직해서 홍위병으로 활용했는데 그 모습을 반세기가 지난 오늘 다시 보는 듯합니다. 물론 홍위병은 친위대와 다릅니다. 권력자 밑의 공식 조직도 아니고 돈을 받지도 않습니다. 자발적인 조직입니다. 그렇지만 정당조직을 통한 합법적이고 공정한 정치행위가 아닌 비정상적인 조직을 활용한 음모적 정치활동이라는 점은 똑같습니다. 얼마 안 있어 홍위병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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