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3040 경북 기초단체장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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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9   |  발행일 2017-10-19 제35면   |  수정 2017-10-19
[영남타워] 3040 경북 기초단체장
변종현 경북부장

조선시대에도 고위 벼슬아치에 대한 정년은 있었다. 대개 70세를 기준 삼았으며, 늙어 벼슬에서 물러난다 하여 ‘치사(致仕)’라 했다. 아마도 중국 유가 경전인 예기(禮記) 곡례상(曲禮上)편에 나오는 ‘대부는 나이 칠십이 되면 일을 그만둔다(大夫七十而致事)’를 따른 듯하다. 조선시대 평균 수명이 35세 이하(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 추정)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라 생각되지만 그게 도리어 ‘70세 정년’이 시행된 원인 중 하나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일찍 작고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만큼 연륜을 쌓은 인재가 상대적으로 드물어 귀히 활용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조선이나 모든 벼슬아치가 70세 정년을 준수한 것은 아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불치사(不致仕)’에서 ‘일흔 살이면 벼슬을 사직하라고 예법에 분명히 씌어 있는데, 어찌하여 영화를 탐내는 자들은 이 말을 못 들은 체하는가(七十而致仕 禮法有明文 何乃貪榮者 斯言如不聞)’라며 나무랐다. 삼국지 권26 ‘위서(魏書) 전예전(田豫傳)’에도 나이 칠십에 벼슬을 유지하면 ‘죄인’이라 하여 노욕을 경계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李瀷·1681~1763)은 70세 정년을 더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늙은이들의 벼슬 차지로 과거 급제자의 벼슬길이 좁아져 인사청탁 등 부정부패가 기생한다”고까지 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번 쥔 권력은 놓기 어려운가 보다.

최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국민당의 승리를 이끌면서 차기 총리 등극이 유력해진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만 31세라는 그의 나이 때문이다. 하지만 30대에 국가수반에 오른 이는 의외로 많다. 지난 5월 프랑스 대통령으로 취임한 마뉘엘 마크롱의 나이는 39세다. 아일랜드의 리오 버라드커는 지난 6월 38세의 나이로 총리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엔 에스토니아의 유리 라타스와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그로이스만이 각각 38세에 총리직에 올랐다. 2014년 벨기에의 샤를 미셸도 38세에 총리가 됐다. 현재 유럽에서만 13개국이 30~40대의 젊은 대통령 혹은 총리를 두고 있다. ‘치사’를 예(禮)로 알던 우리 선조의 눈으로 보면 ‘애송이’들이 지금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경북 23개 시·군 기초단체장의 평균 연령을 조사해 봤더니 우리 나이로 64세였다. 유럽의 변화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많이 늙은 편이다. 60대가 19명으로 83%를 차지했고, 50대는 4명에 불과했다. 고령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60대 19명을 다시 65세 기준으로 세분해 봤다. 65~69세가 13명, 60~64세는 6명이었다. 경북의 시장·군수 23명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65세 이상이란 얘기다. 18명의 시장·군수 평균 연령이 69세인 경남에 비하면 아주 젊지만 그래도 나이가 많은 느낌이다. 경기도와 비교하면 더 확연하게 다가온다. 경기도 31개 시·군 기초단체장의 평균 연령은 59.7세다. 50대가 전체 절반인 15명이며 이들은 모두 1960년대생이다. 그중엔 52세 시장도 있다. 반면 65세 이상 시장·군수는 5명(16%)뿐으로 경북 56%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아주 젊다.

한국의 평균 수명이 82세로 고령화하면서 국가·지자체 리더의 연령대에 관심이 늘기 시작했다. 한쪽에선 고령화사회에 맞는 연륜의 리더십을 옹호하고, 다른 한쪽에선 변화를 위해선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노인사회인 유럽을 중심으로 젊은 지도자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나이 많은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탈이념과 실리추구로 무장한 젊은 리더들이 경북에서도 많이 등장해 나이 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경북의 시장·군수 절반이 50대 이하에서 나와 연륜 있는 시장·군수와 서로 경쟁하며 자극받는 지방자치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국가행정이나 지방행정이나 요즘은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고뇌하는 햄릿보다 행동하는 돈키호테가 필요할지 모른다. 변종현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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