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로봇진흥원, 로봇도시에 찬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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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07:24  |  수정 2017-10-20 07:24  |  발행일 2017-10-20 제1면
■ 직원들 최근 4년간 줄사표
“실력보다 인사권자와 친분 중요
밤늦도록 강제회식 참석 시달려”
면접 불합격자 뽑는 채용 부정도

최근 4년 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직원 90%가량이 퇴사(영남일보 10월18일자 4면 보도)한 배경에는 채용 부정과 불투명한 인사, 폐쇄적인 조직 문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로봇산업도시로 발돋움하는 대구 지역에 제대로 된 지원도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9월부터 최근까지 진흥원의 퇴직자는 58명에 이른다. 지난 8월 기준 총원 6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 직원의 90%에 가까운 인력이 퇴사했다. 또 퇴직자 46명의 사유가 ‘개인사유’로 집계됐다.

이런 기막한 일이 일어난 이유로 진흥원 내부에서는 특혜 채용 의혹을 꼽고 있다. 진흥원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8차례에 걸쳐 123명의 직원을 채용했지만 채용 인원을 계획과 달리 임의로 변경했고, 이 중 일부는 면접에서 불합격했던 사람을 채용하기도 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임의로 채용인원을 변경하거나 증원할 수 없다.

게다가 초대 및 2대 원장은 로봇분야 전문가가 아닌 관료 출신 낙하산으로, 제대로 된 로봇산업 진흥에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대원장은 지식경제부 출신, 2대 원장은 정보통신부 출신의 관료로 ‘관피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탓에 진흥을 위한 지원보다는 형식적인 업무에 더 치중했다는 것이 내부의 지적이다. 지난해 12월엔 기업인 출신 3대 원장이 임명됐지만, 여직원 성희롱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지난달 산업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19일 총회를 갖고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진흥원 지부를 설립, 진흥원 기능 정상화에 나섰다.

진흥원 한 직원은 “실력보다는 인사권자와의 친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 탓에 밤늦게까지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구시대적 회식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 “대구에 있는 진흥원이 지역은 물론 국내 로봇산업을 제대로 진흥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감시와 격려를 해줘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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