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여행은 존중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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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08:00  |  수정 2017-10-20 08:00  |  발행일 2017-10-20 제21면
[문화산책] 여행은 존중에서 시작한다
서현지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을 앞둔 예비 여행자들은 출국 전 한번은 서점에 들른다. 주로 가이드북을 구입하기 위해서일 확률이 높겠지만,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와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혹자는 ‘굳이 사전 공부가 필요할까요. 여행은 쉬러 가는 건데 머리 아프게 무슨 공부?’라며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해외여행이란 것은 엄연히 나의 울타리 밖을 벗어나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내게 익숙했던 ‘나의 옷’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의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어느 정도는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인도 겐지스강변을 거닐던 무렵, 한 서양인 커플이 인도인 수도승에게 아주 혼쭐이 나고 있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그들은 남녀 모두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옷차림과 서로 꼭 맞잡은 두 손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힌두교인들의 최대 성지인 겐지스강가에서 남녀가 거의 벗다시피 한 복장으로 데이트를 즐기다니.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모습이지만, 인도인들의 눈에는 그들의 문화를 대놓고 모독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어깨나 무릎이 조금만 드러나도 사원 출입을 금지시킬 만큼 노출에 엄격한 나라에서 민소매와 핫팬츠는 그야말로 ‘파격(破格)’이었으니까. 물론 그 남녀가 일부러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을 테다. 그저 인도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몰랐다’는 것이 핑계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닐지라도, 본인은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다 해도 한 번 범한 무례를 되돌릴 수는 없다.

이처럼 우리는 여행지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한다.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말실수를 하기도 하고, 위의 사례처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무례를 범할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소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떠나기 전 어느 정도의 사전 공부는 필요하다고 예비 여행자에게 늘 조언한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백지상태로 떠나는 여행 역시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여행지에서 내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여행을 떠난다면 더 즐겁고 윤택한 여행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반드시 한 번 더 생각하자. 여행이란 것은, 상대방의 세계와 문화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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