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료만으로 이일우 선생 친일로 매도해선 안돼”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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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08:16  |  수정 2017-10-20 08:16  |  발행일 2017-10-20 제24면
‘이일우의 계몽과 근대화’ 학술대회
“기념사업회 자료 아카이브구축 필요”
“일부 자료만으로 이일우 선생 친일로 매도해선 안돼”
지난 18일 열린 ‘소남 이일우의 계몽과 근대화’ 학술대회에서 이재주 소남이일우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의 계몽운동을 이끈 소남 이일우 선생(1870~1936)의 삶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소남이일우기념사업회는 지난 18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이장가 선영에서 ‘기록과 상상-소남 이일우의 계몽과 근대화’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소남은 일제강점기 광문회와 함께 국채보상운동을 추진한 대구광학회의 핵심인물이다. 민족지사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우현서루를 운영하고 교남학원(현 대륜고) 설립에도 관여했다. 민족시인 이상화와 그의 형인 독립운동가 이상정 역시 큰아버지 이일우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소남 이일우의 생애와 계몽운동’을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선 권대웅 전 대경대 교수는 “경술국치 이후 대구의 계몽운동 세력이 대부분 일제의 식민통치기구에 종속됐지만, 소남은 독립운동 세력과 일정하게 계속 연계돼 있었다. 1919년 10월 경성방직 설립 때는 경주 부호 최준 등 민족자본가들과 함께 참여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일우 선생에 대한 친일 논란에 대해서도 권 교수는 “일제 통치기구에 참여하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는 대부호로서 자신의 부를 지키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조카 이상정과 이상화를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 비롯됐다. 당시 전후사정과 맥락을 고려해 친일인지를 판단해야지 단편적인 일부 자료만으로 친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장가의 고문서’를 주제로 발제한 천명희 안동대 교수도 “친일이냐 아니냐를 두고 자료를 분석할 때 의도성을 가지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료가 제한된 상황에서 친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최근 일부 단체에서 제기한 친일 논란은 그러한 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 “소남기념사업회에서 공개한 자료는 1천500여 건에 달하는데 이를 하루빨리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수의 연구자가 접근이 가능하도록 아카이브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한상인 경일대 교수는 ‘소남 이일우의 농지소유와 지주경영’을, 박영호 경북대 교수는 ‘소남 이일우의 한시 분석’을 연구해 발표했다. 김란기 문화재 조사위원은 대구시 중구 서성로 이일우 고택 활용방안과 보존수리 방향을 제시했다.

이재주 이일우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소남 선생은 물론 이장가의 자랑스러운 인물들을 체계적으로 재조명하겠다”며 “특히 계몽기에서 근대사로 이어지는 대구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질 수 있는 학술대회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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