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지속가능사회와 청년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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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  발행일 2017-10-20 제26면   |  수정 2017-10-20
상실감 느끼는 청년에게
청년수당은 작은 디딤돌
그들의 삶이 어떤지
상황 정확하게 인식하고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경제와 세상] 지속가능사회와 청년수당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와 2002년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합의해 형성한 개념으로, 경제발전·환경보전·사회발전이라는 세 개의 큰 기둥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공포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 ‘지속가능발전’을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및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으로 정의했다.

지속가능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진단하면 어떠한 결론이 나올까. 한국사회를 절벽의 사회라고 한다. 최근 들어 절벽이란 용어(인구절벽, 임금절벽, 주거절벽, 일자리절벽, 재벌절벽, 창업절벽)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인구절벽과 소비절벽,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를 어떻게 하면 완화시킬 수 있을까. 그 해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년문제에 대한 해결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청년층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갈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들이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용·교육·주거·문화 등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청년들의 삶에 대한 태도나 방식은 크게 바뀌고 있는데 기존의 정책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청년정책들은 단순히 노동시장의 일자리나 교육훈련에 한정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실업이나 취업문제만이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배제되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16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20 청년희망 대구, 공감 토크’에서는 청년수당 지급과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청년수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성남(청년배당)·서울(청년수당)·부산(청년디딤돌카드) 등 전국 9개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선정심사위원회를 열어 가구소득과 미취업기간을 기준으로 대상자 5천명을 최종 선발했다. 청년수당 지급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의 특성을 보면 ‘나이 27.7세, 미취업 기간은 20.8개월’로 나타났다. 지난해 선정자의 평균연령이 26.4세, 미취업 기간은 19.4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수혜자의 나이가 많아지고 미취업 기간도 늘어났다. 이는 청년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수당과 관련한 찬반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청년들의 삶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이다. 단순 현금성 지원이 청년실업 해소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는가. 가장 큰 금액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경우 1인당 50만원씩 6개월간 총 300만원을 구직과 관련된 활동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금액이 당장의 청년실업해소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청년들이 기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청년들은 극도의 불평등을 체감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노력하면 뭔가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 18일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21.5%라고 발표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라고 한다. 아마도 실제로 청년들이 느끼는 채용의 어려움은 이보다 훨씬 강하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금융감독원 등 소위 신의 직장 채용과정에서 발견되는 각종 현대판 음서제도들은 청년들에게 극도의 상실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무너져 있는 삶, 안정적이지 않은 심리상태, 미래진로와 취업에 대한 빈곤한 상상력 등을 해결함에 있어 아주 작은 디딤돌에 불과하다. 청년문제에 지금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골든타임을 자주 언급하게 된다. 청년문제 해결에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청년들의 삶이 굳건하게 설 때 우리 사회도 보다 건강하게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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