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감홍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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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  발행일 2017-10-20 제27면   |  수정 2017-10-20

고려 의종 때 계림유사(1103)에서 기술된 능금으로 미뤄보아 우리나라에 사과가 전파된 것은 이때로 보인다. 그 후 여러 차례 재배 시도가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과수원이 형성된 것은 1901년 원산 근교에서 외국 선교사를 통해 들여온 국광과 홍옥 품종의 묘목을 심은 것이 효시다. 이어 1906년 뚝섬에 12㏊ 규모의 원예모범장을 설치하고 사과 품종의 비교 재배 시험 등을 통해 사과 재배의 국가적 기초가 확립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가 사과 재배에 적합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사과는 수확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뉜다. 8월에 수확하는 조생종에는 아오리·선홍·하쯔쓰가루·썸머킹 같은 품종이 있으며, 9월에 생산되는 중생종에는 자홍·아리수·뉴 히로사끼 후지·홍로·료까가 있다. 10월 초에 따는 중·만생종으로 미니 사과인 알프스오토메·시나노스위트·양광이 있고, 10월 말부터 수확하는 만생종에는 후브락스·후지챔피온·미시마·미얀마·로얄후지·브락가꾸8호·동북7호 후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재배되는 것이 만생종인 후지다. 이에 따라 사과 주산지에서 열리는 사과축제도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집중돼 있다.

지난 14일부터 열리고 있는 문경사과축제의 주인공은 중·만생종인 ‘감홍’이다. 저장성이 좋은 후지 품종이 나오기 직전에 생산되는 감홍은 못생겼고 색깔도 거무튀튀해 주목받기 힘들다. 하지만 엄청나게 달콤하다는 것 때문에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감홍은 재배가 힘들어 농가들로부터 한동안 푸대접을 받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문경에 감홍이 들어온 것은 1994년이다. 퇴비를 많이 하고 비료도 주고 애써 키웠지만 사과에 흑점이 생기는 고두현상을 막지 못해 3∼4년 뒤부터는 사과나무를 캐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퇴비나 비료를 줄이면서 고두현상이 사라졌고 다시 재배도 늘어 지금은 문경지역에서만 240㏊에 이른다. 문경은 일본과 사과농사 교류를 통해 독보적인 재배기술을 갖게 되어 감홍의 맛도 가장 뛰어나게 만들었다. 오는 29일까지 문경새재에서 열리는 사과축제장에 가면 그 ‘감홍’을 맛볼 수 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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