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우주를 갈망하는 패션계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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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  발행일 2017-10-20 제40면   |  수정 2017-10-20
밤하늘 별처럼…‘반짝반짝’ 실버를 입다
20171020

미래에 우리는 지구상에 있는 ‘다른 나라’가 아닌, 지구 밖의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쉽게 다닐지도 모른다. 신비로운 우주 세계를 돌아다니는 기분은 어떨까. 사실 쉽사리 상상되지는 않지만 얼마 전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롤 모델로 이름을 날린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 역시 내년에 민간인 2명을 우주여행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의 유명 온라인 업체 아마존닷컴의 대표 제프 베조스는 1년 안에 우주여행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CEO들이 우주여행 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2년 뒤인 2019년은 미국의 나사에서 쏘아 올린 아폴로 2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지 무려 50년이 되는 역사 깊은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패션계에서는 2017 가을·겨울 시즌은 우주로 포커스를 맞춘 듯 했다. 먼저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는 발 빠르게 행동에 돌입했다. 이미 2017 봄·여름 컬렉션에 파리 그랑 팔레에 규모가 큰 우주 정거장을 세워서 눈길을 끌었다. 무려 30m의 높이에 달하는 로켓을 쏘아 올리는 웅장한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던 샤넬 런웨이에서는 우주 정거장 사이로 걸어 나오는 모델들이 메탈릭 소재의 하이 네크 트위드 드레스, 우주인과 행성이 프린트 된 유니폼과 성운을 연상시키는 비즈 장식에 첨단 헤드셋 같은 헤어 액세서리까지 완벽했다. 더구나 피날레에는 엘튼 존의 ‘Rocket Man’ 이 울려 퍼지는 등 미래 우주를 활보하는 레이디를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패션계의 ‘퓨처리즘’ 붐

2017 가을과 겨울,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우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각박한 현실에 지친 이들이 우주를 새로운 기회의 장소라고 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를 우리는 꾸준히 접해오면서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왔다. 구찌는 이번 시즌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스타트렉’과 SF 영화에서 갓 나온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레트로 느낌을 가미한 퓨처리즘을 선보였다. 매 시즌 ‘미래주의’를 선보인 프랑스 브랜드 파코라반 역시 어깨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바이어스 컷을 가미한 실버 컬러 상의와 군데군데 커팅이 돋보이는 심플한 실루엣의 미디 드레스를 선보여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함이 곁들어진 ‘미래주의’ 아이템을 선보였다.


2019년 아폴로2호 달착륙 50年 맞아
행성·우주 이미지 프린트부터 소재까지
벌써부터 ‘퓨처리즘’ 키워드 패션 붐

실버 아이템 하나 포인트로 매치해도
세련되고 젊고 시크한 퓨처리즘 완성
맘껏 뽐내려면 컬러풀한 메탈릭 소재를



디올은 피날레 룩을 포함한 다수의 아이템에 행성을 연상시키는 패턴과 우주 이미지의 프린트를 내놓아 미래주의적 느낌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한 듯 했다. 그런가 하면 매 시즌 파워 숄더와 깊게 파인 상의 등으로 강인한 느낌의 여성상을 제시해 왔던 발망은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미래에 우주 여전사들이 입을 법한 와일드한 느낌의 메탈릭한 보디컨셔스 드레스와 스키니 팬츠를 조화시켜 그만의 퓨처리즘을 선보였다.

여성의 보디라인을 잘 살리면서도 독특한 커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도 이번 시즌에 ‘미래주의’에 합류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컬러가 다르게 보이는 홀로그램 패브릭으로 제작된 아이템에 고무 소재를 덧댄 개성 넘치는 슈즈를 신은 모델이 런웨이를 활보하였고 캘빈 클라인 컬렉션에서는 PVC와 깃털 소재의 클래식한 코트를 선보여 우주의 별빛을 담아낸 듯하였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 런웨이에서는 모델이 ‘The Future Is Femal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여 퓨처리즘과 함께 ‘미래는 여성들이 이끌 것이다’라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우주 패션의 데일리 웨어

사실 막상 현실에서 퓨처리즘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아이템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련되고, 젊고, 시크하게 표현할 수 있는 퓨처리즘의 키워드는 ‘실버’ 인 듯. 평범한 아이템에 메탈릭한 느낌이 가미된 실버 아이템을 포인트로 매치하는 순간, 바로 퓨처리즘 룩에 도달한다. 발렌시아가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서처럼 활동성이 엿보이는 그레이 터틀넥에 같은 계열인 실버 컬러의 샤이닝 스커트를 매치해 스포티한 느낌을 더한 퓨처리즘 룩을 완성하였다. 생로랑 또한 블랙 팬츠에 실버 시퀸 블라우스를 매치해 톤온톤 스타일링을 선사함으로써 세련되고 보다 안전한 스타일링을 연출하였다.

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퓨처리즘 룩을 맘껏 뽐내고 싶다면 컬러풀한 메탈릭 소재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은은한 메탈릭 컬러로 스펙트럼 효과를 선보인 드리스 반노튼, 은박지를 구겨놓은 듯한 팬츠에 동일한 컬러 슈즈를 매치한 프로엔자 스쿨러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런가 하면 라코스테는 여러 행성을 프린트한 아이템을 선보여 우주의 신비로움을 극대화시켰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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