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경뮤지컬 왕의나라 Ⅱ ‘삼태사’ 폐막] 쌀쌀하고 궂은 날씨에도 꽉찬 객석…시민도 연기자도 모두 빛났다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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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3 07:27  |  수정 2017-10-23 07:27  |  발행일 2017-10-23 제7면
큰 일교차·강우 탓에 걱정했지만
지역문화 관심이 관람객 이끌어
[실경뮤지컬 왕의나라 Ⅱ ‘삼태사’ 폐막] 쌀쌀하고 궂은 날씨에도 꽉찬 객석…시민도 연기자도 모두 빛났다
왕의나라 Ⅱ ‘삼태사’의 마지막 공연이 펼쳐진 지난 21일 심한 일교차로 인해 12℃까지 떨어지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5년 만에 실경뮤지컬로 다시 돌아온 왕의나라Ⅱ ‘삼태사(三太師)’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비가 오고 추운 날씨의 악조건 속에서도 실경뮤지컬이라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은 공연기간 내내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는 단 5일간의 공연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대를 준비한 10~70대의 시민배우와 이들이 오르는 무대를 빛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쉴 틈 없이 뛰었던 제작진의 땀방울이 맺은 결실이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만원사례

경북도·안동시·영남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주관으로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공연이 펼쳐진 안동민속촌 성곽 야외 특설무대에는 평균 12℃의 낮은 기온과 가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수의 관객이 객석을 메웠다. 흥행면에서 2011·2012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악조건 날씨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사실 일교차가 심한 가을밤 공연을 감안해 공연시작 시간을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앞당긴 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굳은 날씨 등으로 인해 단 한 번이라도 만원사례를 기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첫날 간간이 뿌리던 빗줄기가 둘째 날인 18일에는 막을 올린 지 30분 만에 빗줄기가 굵어져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공연 취소 등 우여곡절을 겪자 급기야 이번 실경뮤지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행사 기간 중에 나왔다. “2011년 지역의 역량으로 문화산업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다는 슬로건에 부응해 다시 실경으로 돌아와 지역 문화예술인과 일반시민에게 무대 공간을 개방하는 데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마지막 공연은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후 5시부터 공연장을 찾아와 일찌감치 좌석을 배정받은 뒤 파라솔 아래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어르신을 시작으로 하나 둘씩 이어지기 시작한 관객의 발걸음은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백스테이지로 전해지면서 무대를 오르는 배우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했고, 공연장 열기 또한 뜨겁게 달아올랐다. 1천575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별 출연한 권오극 태사묘관리위원회 위원장의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마지막 무대는 그렇게 막이 올랐다.

◆다양한 기법 뮤지컬무대 접목

‘삼태사’는 고려 태조 왕건이 병산전투에서 성주 김선평과 호족 권행·장정필을 비롯한 고창(안동의 옛 지명) 백성의 헌신적인 지원에 힘입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치고 고려를 건국하는 기반을 다진 대서사를 노래한다. 이처럼 두 번째 왕의나라는 공연 장소에서부터 시대적 배경, 주제, 줄거리 등 모든 것을 새롭게 단장했다.

특히 제작회의를 통해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를 작품에 녹여내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노력한 각종 기법은 러닝타임 65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지역 최초로 스토리 전개에 맞춰 구현한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한 것) 기법은 극적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다. 실제 공연이 이어지는 내내 성곽 벽면을 백스크린으로 활용한 화려한 영상은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또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 연출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서울액션스쿨팀을 초청해 와이어액션을 선보였고, 다양한 특수효과를 곳곳에 안배해 관객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지난 주 오토캠핑을 위해 낙동강변에 머물다 공연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에 다시 안동을 찾았다는 전재철씨(45·구미시)는 “안동이 가진 문화적 역량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야외에 대규모 무대와 객석을 설치할 생각을 한 것만해도 놀랄 지경인데, 이렇게 큰 무대를 순수한 지역의 이야기와 지역민의 역량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라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글·사진=안동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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