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 전성시대

  • 윤용섭
  • |
  • 입력 2017-10-23   |  발행일 2017-10-23 제23면   |  수정 2017-10-23
배수지·혜리 등 아이돌 출신 연기자
드라마 주인공 캐스팅 잇따라
윤계상·임시완 등 스크린서 맹활약
존재감 못 보여주면 바로 도태되기도
20171023
혜리
20171023
수지
20171023
최시원
20171023
임시완

아이돌 스타들이 무서운 기세로 안방극장 점령에 나서고 있다. 노래가 아닌 연기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는 연기돌(아이돌+연기자) 얘기다. 남다른 역량과 재능을 지닌 그룹 내 몇 명만이 도전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아이돌 스타 대부분이 연기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 그렇다고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드라마 주연자리를 당당히 꿰찰만큼 그들의 연기력은 제법 안정적이다. 여기에 더해 가수로서의 인기에만 머무르지 않는 그들의 경쟁력은 한류를 통해 다각적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서 그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혈안인 이유다.

◆연기돌 없이는 드라마도 없다

20171023
수영

연기돌 없이 대중문화를 향유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만큼 그들이 대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최근 지상파·종편·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캐스팅 라인업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현재 25여 편의 드라마가 매주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진용을 짰다. 특히 유명 걸그룹 출신들이 눈에 띄는데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배수지(미쓰에이), SBS ‘언니는 살아있다’의 김다솜(씨스타), MBC ‘20세기 소년소녀’의 한선화(시크릿), KBS2 ‘매드독’의 류화영(티아라) 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은 무려 10편에 달한다.

이에 발맞춰 지난 10년간 K팝 걸그룹을 대표했던 ‘소녀시대’의 수영과 서현은 최근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향후 연기에만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MBC 주말극 ‘밥상 차리는 남자’와 ‘도둑놈 도둑님’에 출연 중이다. 그러다보니 연기돌을 아예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경우도 생겨났다. 최근 종영한 MBC ‘왕은 사랑한다’의 임시완과 윤아, KBS2 ‘맨홀’의 김재중과 유이가 그 주인공으로 모두 아이돌 스타 출신이다. 아침드라마와 일일극을 제외하면 연기돌의 활용도는 더욱 넓어지는데, 젊은 층이 주 타깃인 종편과 케이블 채널로 활동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돌 출신이 가수와 연기활동을 병행하는 이유는 뭘까. 그들에게 일종의 든든한 담보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연습생 시절을 거쳐 힘들게 데뷔해도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한 해에도 많게는 몇 백팀의 신인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는 게 작금의 상황이고 보면, 10~20대 멤버를 주축으로 하는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태생적으로 시한부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아이돌 그룹 상당수 멤버들은 연기자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멤버 중 한 명만 인지도를 얻어도 팀 전체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독려하는 추세다.

◆데뷔가 쉬운 만큼 도태도 한순간

연기돌로 데뷔하는 건 과거에 비해 훨씬 수월한 편이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이 생기면서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증한 데다, 방송사에서도 이왕이면 인지도가 있는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게 홍보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수 출신이란 편견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연기적으로, 흥행적으로 그들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K팝이 고도로 산업화되면서 가수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기획사들이 가수와 연기를 병행시키는 시스템을 오래전에 구축해 놓았고, 이에 편승하기 위해 연기할 재목들이 속속 모여들었다는 점도 내실화 다지기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 배우를 하기 위해 먼저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그만큼 연기돌이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등장하는 추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우로서 안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남들보다 쉽게 연기자로 입성한 만큼 그 대가 역시 혹독하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자신의 개성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런저런 역할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도중에 사라지는 연기돌이 많은 건 그 때문이다. 제아무리 아이돌 스타 출신이라고 해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바로 밀려난다.

◆스크린으로까지 존재감 넓혀

성공한 선배 연기돌의 활약은 후배들에게 롤 모델이자 반면교사가 된다. 1세대 아이돌 스타 중에서는 윤계상(god), 황정음(슈가), 유진(S.E.S), 성유리(핑클) 등이 배우로 단단히 입지를 굳히고 있다. 윤계상은 최근 영화 ‘범죄도시’에서 보여준 파격 변신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평소 깔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각인돼 있던 터라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극 중 모습은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들 만큼 인상적이었다. 황정음 역시 망가짐을 불사한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시작으로 드라마 ‘골든타임’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등을 모두 히트시키며 연기력과 흥행력을 입증받았다.

그 바통을 이어 2013년 스크린 데뷔작 ‘변호인’으로 주목을 받은 임시완은 화제의 드라마 tvN ‘미생’으로 가장 핫한 연기돌이 됐다. 이후 영화 ‘오빠생각’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원라인’ 등을 거치며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EXO의 도경수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카트’ ‘형’에 이어 개봉을 앞둔 ‘7호실’ ‘신과 함께’ ‘스윙키즈’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tvN ‘굿와이프’에서 걸크러시 매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나나는 현빈·유지태와 호흡을 맞춘 영화 ‘꾼’으로, ‘응답하라 1988’의 히로인 혜리도 MBC 드라마 ‘투깝스’에 이어 영화 ‘물괴’로 첫 스크린 나들이를 하게 된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