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해법을 찾다 .3] 대구·경북 청년 정책 현주소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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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4   |  발행일 2017-10-24 제6면   |  수정 2017-10-24
“청년복지에 대한 대구·경북지역 보수적 시각 극복이 급선무”
20171024
지난 16일 대구시 북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20 청년희망 대구, 공감토크 - 청년수당에 대하여 이야기하다’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펼쳐온 복지정책에서 ‘청년층’은 소외된 경우가 많았다. 지원책도 대부분 단기성·일회성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청년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청년배당정책 등을 마련해 청년들이 구직난 속에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청년정책 선도 지자체의 사례를 살펴보고, 대구·경북 청년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성남 청년수당“192억 생산유발”
청년정책의 한계를 탈피한 시도

대구시도 청년수당 본격 논의중
59개 청년관련 과제 TF팀 구성
내년 청년예산도 37억으로 늘려

경북도 청년 기본조례 입법예고
근로복지환경개선 사업 등 전개

◆기본소득 개념 도입한 성남시

국내 청년정책의 선도 지자체로는 경기 성남시가 손꼽힌다. 성남시는 2년 전부터 청년층의 미흡한 복지정책 보완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일부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취업 지원 방식에 그치는 청년정책의 한계를 넘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던 셈이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모든 청년의 역량 성장을 위한 청년복지정책을 폈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기본적인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재산이나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지급받을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성남시는 2015년 12월 청년배당 지급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 1월 첫 청년배당을 지급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총 1만7천949명에게 102억7천800만원을 지급했으며, 올 들어서도 1분기 1만482명(26억2천만원), 2분기 1만603명(26억5천만원), 3분기 1만586명(26억4천만원) 등 분기마다 지급하고 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지급 대상은 성남시에 3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 중인 만 24세의 청년 1만1천여 명이다. 분기별로 1인당 25만원씩 ‘성남사랑상품권’의 형태로 지급한다.

청년배당으로 인한 효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성남시가 지난해 청년배당 수령 청년 일부를 대상으로 만족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96.3%가 현재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등 민간기관이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도 95% 이상이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특히 청년들의 94.6%가 청년배당을 통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관계자는 “청년층 대부분이 청년배당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청년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며 “청년배당은 지역 청년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동시에 생계를 위한 시간을 절약해 역량 강화에 좀 더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또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한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청년배당을 지급하는 방식은 지역 소상공인의 소득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성남사랑상품권 매출은 청년배당을 실시하기 이전인 2015년 133억원에서 2016년 24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상품권 가맹점 또한 2015년 5천277곳에서 올들어 현재까지 7천679곳으로 급증했다.

이외에도 성남시는 청년배당 지급으로 인해 한 해 207명의 취업유발효과, 192억원의 생산유발효과, 113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청년배당은 직접 취업 지원 방식에 그쳐왔던 사업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로, 모든 청년의 역량 성장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본소득 국제심포지엄을 성남에서 개최하는 등 국제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은 이제 첫발

지난 16일 대구 북구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한 회의실에서 ‘2020 청년희망 대구, 공감토크’가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청년수당’이었다. 청년층과 민간 단체, 청년센터, 대구시, 학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바람직한 청년활동 지원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남시에 비하면 대구의 청년정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소 희망적이다.

대구시는 지난해를 청년정책의 원년으로 삼고 올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18개 과별로 추진해오던 청년 관련 59개 과제를 추진하는 TF팀도 구성됐다. 직접적인 청년정책 실행보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 청년정책과도 올해 신설했다. 시는 올해 13억3천만원 수준의 청년정책 관련 예산을 내년 37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청년정책과의 시범사업 중 하나인 ‘청년 소셜리빙랩’은 이달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청년들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창출 관련 교육과 활동비, 열린 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도 이 같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 도출 활동에서부터 시작됐다”며 “나아가 청년층의 대구지역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정착 의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올해 들어 청년취업과를 청년정책관으로 격상하는 등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권익 증진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청년 기본조례’도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경북은 도내 중소기업 청년근로자를 위한 복지카드 지급, 근속장려금 지급, 근로복지환경 개선사업비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외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창업 희망 청년들을 위한 ‘청년CEO육성사업’ 등도 시행해오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해소해 나가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 대구시는 앞서 2015년 시민원탁회의를 통해 청년수당에 대한 논의를 끄집어냈지만, 당시 실효성과 시기상조라는 등의 반대 의견이 많아 무산된 바 있다.

또 무분별한 정책 벤치마킹 대신 성남시 등 기존의 청년정책 선도 지자체의 사례를 잘 분석해 대구·경북지역만의 색을 입힌 청년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성세대의 태도와 보수적인 지역사회 분위기를 우선 바꾸는 것이 정책 실행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더 이상 청년들의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임을 인식하고, 기업과 민간단체도 이를 응원하는 분위기로 나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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