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스토리가 있는 청도로… 3] 소싸움의 고장 청도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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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4   |  발행일 2017-10-24 제13면   |  수정 2017-10-24
주말마다 800㎏ 거구 싸움소 격돌…절대강자 없어 더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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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소싸움테마파크 전경(작은 사진). 소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싸움의 역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청도소싸움테마파크 내부의 외양간에 소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소는 과거 농경문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노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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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 앞에 자리한 소 동상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소싸움의 전통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특히 청도에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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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청도군 이서면 서원천변의 청도소싸움축제장에서 수많은 관중이 소싸움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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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문을 연 청도소싸움경기장은 상설 소싸움 경기장으로 1만석의 관람석을 갖추고 있다. 돔형 지붕을 갖춰 날씨와 상관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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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장내 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차정학씨. 차씨는 1990년대부터 청도 소싸움 해설에 나서고 있으며, 청도 소싸움의 발전 과정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소는 농사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었다. 땅을 지키는 열두 동물인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하나이며, 소와 관련된 속담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우경(牛耕)이 신라시대때 시작됐다는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기록으로 미뤄, 민중과 소의 밀접한 관계는 십 수 세기를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경의 전통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소싸움이다. 여름철 농번기가 끝나고 가을철 추수가 이뤄지기 전, 신명풀이로 소싸움을 붙이던 전통이 현재 민속 소싸움의 원형이다. 또한 수컷끼리의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소의 본성도 소싸움의 탄생에 한몫했다. ‘떠나자! 스토리가 있는 청도로’ 3편은 ‘소싸움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청도군에 대한 이야기다.

추석마다 각 마을 황소 힘겨루기 전통
일제강점기 명맥 끊겼다 축제로 복원

2011년 개장 상설경기장 年 70만 관객
들치기·뿔치기 등 화려한 기술에 탄성
구수한 목소리 장내 해설은 재미 더해

경기장 맞은편 소싸움테마파크도 인기


#1.영남 소싸움의 전통을 잇다

소싸움의 전통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이서면 서원천변 등 청도군 일원에서는 매년 추석때 각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황소를 출전시켜 싸움을 붙이는 전통이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소싸움은 마을이나 가문의 자부심과 직결됐다. 소싸움에서 승리한 이들은 위풍당당하게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고, 패배한 쪽에서는 다음해를 기약해야 했다. 청도의 소싸움은 일제강점기 때 명맥이 끊어졌지만 청도소싸움축제로 복원, 발전을 거듭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70~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민속 소싸움 대회가 영남지역 곳곳에서 열렸고, 마을 소끼리 대결시키는 전통이 남아있었던 청도에서도 소싸움의 인기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하면서 청도의 소싸움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서면 서원천변에서 청도소싸움축제가 열렸고,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원천변의 청도소싸움축제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일본 소와 한국 소가 대결을 펼친 ‘싸움소 한일전’ 등이 큰 관심을 받았으며, 임시로 설치된 소싸움 경기장 주변은 소싸움의 박력을 즐기기 위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청도소싸움축제가 인기를 끌자 2011년 청도군 화양읍에는 상설 소싸움 경기장인 청도소싸움경기장이 들어섰다. 1만석의 관람석을 갖춘 청도소싸움경기장은 지붕이 있는 돔형 경기장으로, 2016년에만 71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두 마리의 싸움소가 원형경기장에서 승부를 겨루고, 갬블 방식을 도입해 우승소와 경기시간을 적중시키면 배당금을 받을 수도 있다.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는 주말마다 소싸움 경기가 치러진다. 하루에 12경기가 열리는데, 24마리의 싸움소가 경기에 나서고 있다.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8~10마리의 예비소까지 투입된다. 소의 몸무게에 따라 갑(801㎏ 이상)·을(701~800㎏)·병(600~700㎏)으로 나눠 체급별로 대진 추첨을 해 경기를 치른다. 이러한 소싸움 대회가 열리는 곳은 청도를 포함, 전국 11개 지자체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소싸움 대회를 막아 민속놀이 계승이라는 명분을 살리고, 동물의 권리도 지키기 위해서다.

#2.최고 기량의 싸움소를 만나다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소싸움에 나서는 싸움소의 기량도 우수하다. 전국 민속 소씨름 대회에서 8강 이상 성적을 기록해야 청도 소싸움에 참가할 자격이 생기며, 우수한 싸움소조차 예비소로 들어와 경기력을 검증받아야 꾸준히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민속 소싸움 대회에서 잔뼈가 굵은 싸움소조차 웅장한 청도소싸움경기장에 들어서면 바짝 긴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대한 몸집의 소가 전력을 다해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놀랍다. 민속 소싸움의 경우 스페인 투우처럼 소를 죽이는 것이 아닌, 싸움소끼리의 대결이다. 거대한 체구의 소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결하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다. 승패는 사람의 싸움과는 달리 깔끔하다. 싸움에 진 소는 깨끗이 돌아서서 패배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싸움의 경우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연승을 거듭하는 베테랑 싸움소조차 갑작스럽게 패배하는 경우가 있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소싸움의 기술을 알면 더 재미있다. 특히 낮은 자세로 상대 소를 들어올려 몰아붙이는 들치기가 최고의 소싸움 기술로 꼽힌다. 강력한 힘과 더불어 싸움소의 노련미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관람객의 시선에서 가장 화려한 기술은 뿔치기다. 뿔을 좌우로 흔들어 상대의 뿔을 치며 공격해 제압하는 소의 모습에 관람객은 탄성을 자아낸다. 이밖에도 밀치기, 옆치기, 머리치기 등 다양한 소싸움 기술이 있다.

뿔의 모양에 따른 유불리도 소싸움의 관전 포인트다. 앞으로 휘어진 모양의 옥뿔은 뿔치기 등의 기술을 쓸 때 유용하며, 초반승부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옆으로 뻗은 비녀뿔은 힘쓰기에 좋아 중후반 승부에 유리하며, 뿔이 하늘을 향해 솟은 노고지리뿔은 정확하게만 갖다대면 상대 소를 쉽게 제압할 가능성이 높다.

싸움소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 시간은 제한돼 있다. 10초도 안돼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30분이 지나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무승부로 처리된다. 싸움소의 수명 또한 고기를 위해 사육되는 비육우(肥肉牛) 보다 길다. 비육우의 경우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를 살다 도축되지만, 싸움소의 경우 12살까지도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도 한다. 또한 싸움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소 주인의 경우 자신의 싸움소가 은퇴한 후에도 천수를 누릴 수 있도록 정성껏 보살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싸움소 주인 중에는 소 농장을 경영하는 경우가 다수로, 각각 ‘최고의 소를 기르고 있다’는 농장의 자부심을 걸고 경기에 참여하는 이가 많다. 특히 대구 등 청도 주변에는 실력있는 싸움소를 기르는 농장주가 많아 청도의 소싸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싸움소를 기르는데는 사료 등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아 상금과 출전료를 감안해도 큰 이익을 볼 수는 없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청도소싸움경기장 관계자에 따르면 “농장주들 스스로 소싸움을 ‘소 사육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에 대한 진정성과 애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3.청도 소싸움의 산증인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는 구수한 목소리의 장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청도 소싸움장의 재담꾼으로 통하는 차정학씨(69·청도읍)가 해설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싸움소가 팽팽한 접전을 펼칠때 ‘밀어라~. 당겨라~’라고 소리치는 차씨의 우렁찬 추임새와 더불어 소싸움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까지 접할 수 있다.

차씨는 자신이 소싸움 해설을 하게 된 이유로 어린 시절을 꼽았다. 차씨는 “어릴 때부터 소꼴 베어 소를 먹이면서 소랑 친해졌다. 당시만 해도 ‘우골탑’이라는 말이 익숙했듯이 소는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우연히 소싸움 해설을 했는데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 굵은 목소리가 우직한 소의 성품을 닮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싸움 해설가 차씨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청도를 방문하는 팬까지 있을 정도다.

청도소싸움경기장 입구 맞은편에 자리한 청도소싸움테마파크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청도소싸움테마파크는 소와 관련된 전시물을 보유한 문화공간으로, 이곳에서는 소싸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소싸움 게임 등의 체험을 할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밖에도 소와 관련된 농기구와 영상관람실 등을 갖춰 관광객에게 청도 소싸움의 전통을 알리고 있다. 공동기획:청도군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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