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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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4   |  발행일 2017-10-24 제31면   |  수정 2017-10-24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탈원전 ‘찬성’ 응답이 60.5%, ‘반대’는 29.5%로 나타났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찬성 80.8%, 반대 10.0%)과 중도층(찬성 58.3%, 반대 33.7%)에선 탈원전 정책 찬성 비중이 높았고, 보수층(찬성 38.7%, 반대 55.2%)은 탈원전 반대가 많았다. 60.5%의 찬성률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최종 실시한 원자력발전 방향성 조사에서의 ‘원전 축소’ 의견 53.2%보다 7.3%포인트 높은 것이다.

여론조사로만 보면 국민 다수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동의하고 있다. 기실 우리나라의 원전 지역이 세계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고 지진으로부터 100% 안전한 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탈원전의 당위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급진적 선회는 심각한 부작용과 사회 갈등을 야기하기 십상이다. 특히 기존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지역이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백지화되는 지역에선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당장 정부 지원 무산과 세수 감소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데다, 장기적으로 원전 버팀목이 완전히 사라지면 지역경제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해 현재 30%인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18%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4.1%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짧은 기간 내 목표대로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지형도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마구 늘리기엔 적합지 않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갈등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정부 방침과 달리 일부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는 LNG발전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도 법적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방향은 옳다 하더라도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이런저런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절차적 정당성과 적정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원전 지역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위해서도 탈원전의 속도 조절은 유효하다. 시민참여단의 53.2%가 원전 축소에 찬성하면서도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에 힘을 실었던 이유는 뭘까. 탈원전을 추진하되 천천히 단계적으로 시행하라는 함의가 녹아 있다. 오늘 발표되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도 이런 여망을 담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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